동경에서

이상화

오늘이 다 되도록 일본의 서울을 헤매어도
나의 꿈은 문둥이살 같은 조선의 땅을 밟고 돈다.

예쁜 인형들이 노는 이 도회의 호사로운 거리에서
나는 안 잊히는 조선의 하늘이 그리워 애닯은 마음에 노래만 부르노라.

「동경」의 밤이 밝기는 낮이다 ─ 그러나 내게 무엇이랴!
나의 기억은 자연이 준 등불 해금강의 달을 새로이 솟친다.

색채와 음향이 생활의 화려로운 아롱紗를 짜는 ─
예쁜 일본의 서울에서도 나는 暗滅암멸을 서럽게 ─ 달게 꿈꾸노라.

아 진흙과 짚풀로 얽맨 움 밑에서 부처같이 벙어리로 사는 신령아
우리의 앞엔 가느나마 한 가닥 길이 뵈느냐 ─ 없느냐 ─ 어둠뿐이냐?

거룩한 단순의 상징체인 흰옷 그 너머 사는 맑은 네 맘에
숯불에 손 데인 어린아기의 쓰라림이 숨은 줄을 뉘라서 아랴!

벽옥의 하늘은 오직 네게서만 볼 은총받았던 조선의 하늘아
눈물도 땅 속에 묻고 한숨의 구름만이 흐르는 네 얼굴이 보고 싶다.
아 예쁘게 잘사는「동경」의 밝은 웃음 속을 온 데로 헤매나
내 눈은 어둠 속에서 별과 함께 우는 흐린 초롱불을 넋없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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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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