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전히 돌아온 전장비 시즌.

올해는 작년보다 더 힘든 검열이 될 것 같다 예상이 되었다.

일단, 내가 올해 근무일수를 훈련에 다 사용하느라 5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단기비상근예비군 훈련에 사용해야 하기에 남겨놨다)

그리고, 내가 부대에 없는 기간동안 부대에 다른 큰 일정들이 있어서 거의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우와, 망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1명 열외 없이 또다른 큰 일정을 진행하게 되어
정말로, 진짜로 나 혼자서 5일동안 검열을 준비해야 했던 것이다.

 

1일차.
2개의 창고 중 1번 창고를 다 들어내고 까내기 시작했다.
기본불출품목을 추리고, 맞추고 정리해서 다시 적재했다.
기본불출품목 외 초과/잉여품목들은 수량을 파악해서 한번에 볼 수 있게 정리했다.
어떻게?
모든 물자를 창고 밖으로 뺀 다음에, 하나씩 확인하고 정리하면서 다시 집어넣었다.
혼. 자. 서.

2일차.
2개의 창고 중 2번 창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창고에는 아직 장착을 하고 남은 부품박스 40개(약 26kg/개)와
기타 등등 다양한 물자들은 모두 창고 밖으로 꺼내서
다시 집어넣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열사병 증상이 오긴 했지만 컨디션과 스케줄을 조절해 가며
결국 다 정리했다.
혼. 자. 서.

3일차.
이틀을 창고정리에 온 힘을 쏟았더니 몸이 아팠다.
그래서 오늘은 큰 일은 못하고, 작은 부품들과 정리했던 기본불출품목을 최종점검하고
화포차양대에 내려가 치장되어있는 화포의 기는상태를 점검했다.
혼. 자. 서.

4일차.
본격적으로 대포들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쓰던 고압분무기를 가져와 대포를 물로 세척하고
오래된 그리스를 닦아내고, 노출된 면의 녹을 걷어냈다.
혼. 자. 서.

5일차.
어제 수입했던 대포들의 기능 정비를 시작했다.
그리스 및 윤활유를 주유하고, 기어들의 가동상태를 점검했다.
또한 대포 주퇴기의 기능을 정비하고 모자란 주퇴유를 충전했다.
그리고 포신을 포신수입봉으로 수입했다.
혼. 자. 서.

이렇게 힘이 들고 역대급으로 빡셌던 일주일이 어떻게든 끝나갔다.
중간에 한 번, 마지막에 뒷정리에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중간에 대놓고 포기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한 주가 지나고, 검열 당일이 되었다.

출근하자 마자 대포 앞에 기본불출품목을 펼쳐놓고
화포차양대 정리를 하고
창고의 상태를 한 번 확인했다.

화포의 상태에서 지적을 좀 받긴 했는데,
이건 내가 혼자서 5일 안에 해결할 수 없던 부분이라, 인정하고 수긍했다.
다만,
창고정리와 기본불출품목관리 부문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칭찬을 들었다.

어렇게 어떻게는 장비지검열을 해내고 말았다.

이제는 또 다시 후속조치를 해야 하지만,
처음 상태보다는 많이 정비된 장비들이 결과로 남아, 뿌듯한 검열이었다.

 

 

About Author

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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