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동도 하기 전에 연속 2번의 이벤트가 발생하여
아무도 관심두지 않던 화포이동이 사단 전체의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심지어, 여단장을 직접 수행하여 화포기동로를 정찰했고,
여단 차원의 지원인력을 구성하여 화포이동 계획을 전면 수정하라는 지시까지 하셨다.
이렇게 휘몰아치는 상황 속에서도
장비 담당인 나는 그저 묵묵히 점검을 할 뿐이었다.
화포의 하부포가 점검이 끝난 후,
이제 화포기동에 필요한 제동등을 점검해야 했다.
전투차량을 하나 배차 내어 화포 컨테이너 앞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기동에 필요한 12개의 브레이크 등과 전선을 모두다 꺼내서 점검했다.
이 중 일부는 작불(작동불능) 또는 부품 파손이 발견되어
고치고 또 교체하며 12세트를 완성하였다.
이제는 차량에 화포를 견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9문, 두번째에도 9문을 옮기기로 했다.
그래서 화포차양대에 차량을 이동시켜
하나씩 견인해서 정렬하기 시작했다.
나는 화포견인 면허가 있어서 직접운전으로
화포를 견인해서 옮기는 것을 도왔다.
화포를 정렬하고, 테일라이트를 장착하고, 술을 달고,
결박이 풀릴 만한 곳에 철사를 감아놓았다.
정렬이 끝나고, 내일의 출동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벤트가 발생했다.
사단 수송중대에서
너무 많은 차량을 한꺼번에 점검하다 보니
미처, 주유를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행정반에 있다가
다시 차량으로 내려와 주유가 안된 차량의 위치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선두에 있던 차량들이었다.
다음날 출발 전에 순차대로 주유를 하면
지금의 대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재정렬 해서
본래 계획대로 기동할 수 있었다.
출발 당일.
두 여단장님과, 사단 군수처 수송장교까지 내려와서
차량 상태에 대해 점검하기 시작했다.
나는 출동하는 차량의 운전자를 모두 탑승시키고 주유소로 출발시켰다.
모든 차량을 주유시키고 마지막으로 내 차량도 주유하고
모든 출동준비를 마쳤다.
나의 순서는 제일 마지막. 그리고 혼자 운전하는 직접운전.
내가 마지막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계화보병 시절의 습관인데, 부소대장은 항상 마지막 장비에 탑승한다.
두 번째는
내가 정비한 장비가 도중에 이상이라도 발견되면 가장 뒤에 있는 내가 처리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에서 마지막을 자처했던 것이다.
출발을 했다. 그리고 주행을 했다.
기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훈련장까지 무리없이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화포를 정렬하고, 차에서 끊어 분리했다.
돌아갈 때도 두돈반을 운전해서 주둔지로 내려갔다.
가벼운 점심을 먹었을 때,
훈련장에 사용할 의자를 실어가야 한다고 포병대장이 지시하여
화포차양대에 서있던 차량 한 대를 끌고 올라가 차량을 싣고 내려왔다.
그런데,
내가 차량을 잘못 가지고 올라갔다.
결국 출발하는 차량에 다시 실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재작업을 하는 인원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함께 의자를 옮겨 실었다.
두 번째 출발,
오전에 있었던 출발과 동일한 코스, 동일한 인원들이
다시 한번 기동을 실시했다.
훈련장으로 진입해서
마지막 화포를 내려놓는 순간에,
‘아 제대로 정비를 했나 보구나’ 하는 안도감이
부대로 복귀하는 중형버스 안에서 보이는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처럼
내 가슴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