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동원훈련의 시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소식이 우리를 덮쳤다.
우리의 장비 전부를 가지고 기동해서 훈련 하라는 높은 곳에서의 지시.

어허…
우리는 운전병이 둘 뿐이거늘…
간부포함 병력이 열 채 열 다섯도 안 되거늘…

그러나 어쩌겠는가. 명령은 그 자체로 명령.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명령도 수행해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의 병력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예하 대대 동원훈련에 동원된 것이다.

당장 화포 정비부터 해야 하는데,
고민이 깊어졌었지만 이내 결론을 내렸다.

“나 혼자서라도 해낸다”

일단, 장비의 포장을 다 뜯어내야 했다.
다행히, 몇 주 전에 포신기술검사 지시가 내려와서
포장을 임시로 들어냈었기에
나는 그것에 대한 마무리와 더불어 저 장비의 전 포장을 다 뜯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훈련 스케쥴에 중간 뜬 인원들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것을 나 혼자 다 해냈다.

포장을 다 뜯어낼 즈음에,
우리가 가야 할 훈련장의 스케쥴 때문에 사격은 미실시된다고 통보되어 내려왔다.
마침 정비를 시작할 즈음에 알려진 공지 덕분에
사격을 위한 상부포가 보다는
지지와 이동을 위한 하부포가만을 집중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전 화포의 하부포가를 점검했다.
첫번째로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했다.
두번째로는 타이어 상태를 점검했다.
세번째로는 휠 베어링의 상태를 점검했다.
네번째로는 견인고리 작동여부를 점검했다.
다섯번째는 장치대 3가지의 장착여부를 확인했다.

브레이크는 작동에 의심이 되는 모든 부품을
부속단위로 해체한 후 다시 조립하면서 정비했다.

휠베어링은
36개의 휠을 유압자키로 띄우고, 안전자키로 막고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직접 회전시켜 막힘없이 돌아가는지 확인했다.
개중에 돌아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휠타이어를 분해해서 베어링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중 타이어 하나는 세로로 찢어져 있었다.
해체하는 것도 힘들었다.
일단 무게도 무게였지만, 해체점검 된지 10년이 넘은 휠은 고착되어 빠질 생각도 없었다.
아, 혼자 작업하는것도 여기까지 인 것인가…큰일이다.
병력들은 아직도 동원훈련 중인데.

절박할 때는 필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결국 화포 차양대 앞에 있는 수송부에 도움을 청했다.

혼자 하지 못한 일을, 5명이 모여서 해결했다.(해체했다)

이렇게 저렇게 휠까지 조립했는데
어라, 조립되고 바람까지 넣은 휠/타이어를 내가 들지 못하는 것이다.

어, 작년까진 들어올렸는데?
설마….나도 이제 진짜 40대가 된 것인가…
슬펐다. 그리고 이제는 진짜로
운동을 해서 지금의 떨어진 기량을 올려놔야 되겠다는 결심도 섰다.

견인고리를 점검했다.
180도로 돌려보는 데, 중간에 고착되어 멈춰버린 것들이 발생했다.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2주나 걸렸다.
2주동안 혼자서 정비한 것이다.
이와중에 1대대 동원훈련 교관 파견까지 2일 나갔다.

이렇게 대대 동원훈련이 끝나고,
이제서야 병력들과 함께 정비를 하게 되었다.

견인고리는 분해했다.
깨끗하게 세척하고, 그리스를 발라 다시 장착했다.

장치대는 복귀한 병력들과 함께 작업했다.
작업하는 날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용사들은 작업하고 있는데
간부들이 안내려 오는 것이다.
오전작업이 끝나고 같이 미밪으면서 올라왔는데

행정반에 들어오니
책상에 앉아서 배차 관련 업무를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불러다 세워놓고 혼냈다.


내가 10시까지 배차 올리고 차양대내려오라고 했지.
왜 안내려오냐
장기비상근은 현역들이 봤을 때는 뭐, 지나가는 손님이냐.
난 니들 선배가 아닌가보다.
그리고
대체 부사관이 뭔데,
병력들 악천후에 외부로 돌려놓고 니들은 간부라고 책상 앞에 앉아있냐.
내가 날씨 좋을 날 안내려왔을 때 이렇게 세워놓고 말한 적 있었냐.
부사관은 책상에도 있어야 하지만 현장에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신차려라.

이렇게 정비를 마무리했다.

정비를 마무리했으니, 점검을 해야 했다.
정작과장님이 해야 한다고 하셨고,
내가 기동점검은 정비가 마무리 된 다음에 해야 한다고 건의했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기로 연기된 것이다.

기동점검의 1단계.
화포용 제동동, 일명 테일라이트 점검을 실시했다.

22년에 획득한 중형 전투면허를 이용해서
두돈반 카코를 배차내서, 직접운전을 해서 화포차양대까지 가지고 왔다.

출동화포에 해당하는 모든 테일라이트를 꺼내서
점검 및 정비를 시작했다.

망가진 것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부서진 것을 수리를 했다.

다음날,
화포 기동점검을 시작했다.
전투차량1은 내가, 전투차량2는 운전병이 몰고
화포차양대에서 한대씩 걸어서 영내를 한바퀴 운행하며
문제점을 확인했다.

다행히, 주행하는 동안 문제가 없이 점검이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동원훈련에 필요한 장비 점검 및 정비는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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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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