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열심히 복무하던 어느 날, 이 날이 찾아왔다.

포병대장 이취임식.

장기비상근예비군과 처음부터 함께 했었던 포병대장이었다.

2022년 5월 16일.
처음이라 어색했던 나와 2전사관, 1대 통신반장을 위병소까지 나와 데리러 왔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있는데,

벌써 군인의 임무를 마치고 떠나고, 배웅하게 되었다.

포병대장이 나한테 먼저 말을 붙이기까지는 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 이후로 몇번의 단결활동(현역&장기비상근)을 통해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다.

1년차를 이렇게 보내고, 2년차.

내가 본격적으로 포병대 전투임무를 수행하면서 함께 많은 일을 하게 되고
현역 지휘관과 비상근예비군이라는 신분을 넘어

‘동료’가 될 수 있었다.

물론 나를 믿고 지지해 주었기 때문에,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항상 좋을 수는 없었다.
내 업무상 실수로 대장님이 난처했던 적도 있었고,
‘우와 이렇게 까지 면박을 주시나’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상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로서 대우해주고 믿었기에
나도 지휘관의 의도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했던 2년이었다.

이취임식 도중
포병대장 이임사를 하는 동안, 대장님의 두 번의 울컥임은
내 가슴도 울렸다.

 

아직 몇 번 더 만나기는 할 텐데,
그래도 공식적으로 나의 지휘관으로서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장기비상근예비군을 하기 전,
일반 회사를 퇴사하는 날, 인사를 하고 돌아나올 때 받을 수 없는
감정의 파도들이 가슴으로 밀어친다.

언제든지 돌아 설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평생의 동료로 만나 이렇게 각자의 삶으로 나아가는

뭔가 말로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다.

이취임식이 끝나고 쉼터를 나오는데

나의 전역일이 순간 지나갔다.

마지막 신고를 하고
마지막 점심을 함께 먹고
위병소를 막 나서려던 찰나, 위병조장이 잠시 기다리라 막아섰다.

무슨일인데 라고 하는 찰라에
대대 주임원사님 이하 대대 본부 간부들과 전 병력이 위병소로 올라오고 있었다.

정말 마지막 인사.
간부님들까지 도열 후 소대 선임 분대장의 경례와 나의 수례.

다 함께 불러 외친 ‘전투지원소대가’

그리고 9번의 헹가레.
나는 아직도 이때의 구름 한 점 없던
3월의 푸른 하늘을 잊지 못한다.

 

이렇게 한 번의 세대를 겪는다.

 

 

About Author

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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