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님을 사칭하는 이들은 이전부터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유럽처럼 복음을 일찍 받아들인 나라들에서부터 아메리카 대륙,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 곳에서 스스로 시대의 구원자라는 이들이 나타나 그리스도인들을 홀리고, 복음과 구원의 길에서 멀어지게 해왔다. 이는 이미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이다.

*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는 누구에게도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하면서 많은 이를 속일 것이다. … 그때에 누가 너희에게 ‘보라, 그리스도께서 여기 계시다!’, 또는 ‘아니, 여기 계시다!’ 하더라도 믿지 마라.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 할 수만 있으면 선택된 이들까지 속이려고 큰 표징과 이적들을 일으킬 것이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미리 말해 둔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광야에 계시다.’ 하더라도 나가지 마라. ‘보라, 골방에 계시다.’ 하더라도 믿지 마라. (마태 24,4-5,23-26)

예수님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유혹(‘떼어놓다’에서 온 말)이다. 성경을 들고 찾아오든,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오든, 훌륭한 언변과 놀라운 능력을 보이더라도,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자들은 거짓 말쟁이며 유혹자이다. 이러한 유혹자를 알아보고 그들의 유혹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굳센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신앙–믿음에 따른 삶에 대한 것이다.

신앙은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가 아니다. 신앙은 주님께 대한 믿음의 고백이다. 곧, 주님과의 관계에 그 기초가 놓여 있다. 신앙은 지식도 아니며, 실천도 아니다. 신앙은 우리보다 먼저 당신을 열어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우리보다 앞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주시는 하느님, 그분을 알아 뵙고 그 앞에 무릎 꿇는 것이며, 그분의 이 놀라우신 ‘우선적 사랑’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이다. 그 속에서 그분에 대해 배우고, 그분의 뜻에 따른 삶의 길을 걷는 것이다. 곧 신앙한다–믿는다는 것은 ‘주님의 우선적 사랑 앞에 사랑으로 응답함으로써 주님과 우리 사이에 유일한 사랑의 관계를 맺는 것’ 이다.

현재 우리가 마주치는, 그리스도를 사칭하며 세상의 구원자인 양 하는 이들의 유혹에 흔들리는 이들은, 신앙이 ‘주님과의 관계 맺음’이라는 것을 놓치고, 자꾸 앎과 행함(지식과 실천)에만 매달리다 그렇게 된 것이다. 사랑의 주님을 찾지 않고 지식을 추구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데에 집중해서 그런 것이다.

지식과 실천은 분명 신앙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길이며 세상 안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길이며 신앙을 튼튼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님,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놓으신 하느님의 아드님, 우리 죄를 씻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피 흘려 돌아가신 주님께 대한 믿음이며, 그분이 부활하셔서 우리를 구원의 길로 초대하신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나가며 : 신앙의 길과 세상의 길

유사신흥종교의 유혹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길은 무엇일까?

첫째로, 그리스도 신자라는 정체성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 세상의 흐름대로 따라가지 말고, 신앙인으로서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세상의 길은 그리스도인의 길과 다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미 하느님 나라(천국)의 시민으로서 이 세상을 사는 이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다운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그들처럼 말하고 그들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복음의 빛으로 바라보았을 때 아무리 살펴보아도 복음과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아니라는 말이라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간다면, 어찌 자신을 그리스도를 따르는 하늘나라의 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보고 듣고 느낀 다음에 생각해야 한다. 내 삶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말과 소리, 사건과 사고, 인간관계,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의견과 소식 앞에서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평가하며 판단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 주님의 자녀다운 판단과 표현은 무엇인가 떠올려보고 그것을 스스로 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로, 신앙생활에 충실하게 임해야 한다. 우리 신앙을 살아가는 길, 곧 말씀, 전례, 성사, 기도, 실천의 다섯 가지 길을 균형 있게 살아가야 한다. 성경을 자주 읽고, 미사를 포함한 전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고해성사를 정기적으로 하며 필요할 때면 병자성사를 청하고, 매일 기도를 소흘히 하지 않고, 이웃 사랑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하려 말고 매일매일 조금씩 이루려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순간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기억하며 주님의 뜻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신앙을 잘 살아가는 길이다. 이 길에서 가장 우선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것은 기도이다. 세상의 말과 흐름, 유혹과 악에 맞서 당당하게 서기 위해서는 주님의 은총이 절실히 필요하다. 꾸준히 기도하는 이는 주님을 찾는 사람이며, 주님의 보호 아래 머무는 자이며, 주님의 은총을 입는 자이다.

셋째로, 주님 안에 희망을 두는 것이다. 주님께 대한 희망, 곧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 “어좌 한가운데에 계신 어린양이 목자처럼 그들을 돌보시고 생명의 샘으로 그들을 이끌어 주실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묵시 7,17; 참조 이사 25,8; 묵시 21, 4)는 말씀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믿음의 사람은 이 ‘믿음의 희망’ 안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해석한다. 그레서 지나가고 사라져버릴 현세적이고 즉각적인 것들에 매몰되지 않는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주님께서 가르쳐주시는 신앙의 길을 꾸준히 걸어간다. 소음 속에서도 주님의 소리를 알아듣고, 혼란 속에서도 주님의 손길을 알아챈다.

유혹은 더 교묘하게 다가와 우리를 흔들 것이다. 유혹이 닥칠 때면, 사도들처럼 외치라!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 그리고 청하라!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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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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