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李贄, 1527~1602)
주체의 마음을 강조했던 왕수인의 신유학을 극한에까지 밀어붙여 유학을 파국으로 몰아넣었던 비극적인 유학자. 탁오(卓吾)라는 호로 유명하다. 동심(童心)을 회복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주어진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초인을 상징했던 니체의 ‘아이’를 연상시킨다. 동시에 그는 당시 독자들이 신간을 목 놓아 기다리곤 했던 베스트셀러 인문 저술가이기도 하였다. ‘태워 버려야 할 책’이라는 뜻의 『분서』(焚書)나 ‘숨겨서 보이지 않아야 하는 책’이라는 뜻의 『장서』(藏書)라는 제목만 보아도 본인뿐만 아니라 출판업자가 얼마나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애썼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는 일이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