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무제 一四일사

한용운

1
가며는 못 갈소냐
물과 뫼가 많기로
건너고 또 넘으면
못 갈 리 없나니라
사람이 제 안이 가고
길이 멀다 하더라

2
물이 깊다해도
재이면 밑이 있고
뫼가 높다해도
헤아리면 위가 있다
그보다 높고도 깊은 것은
님뿐인가 하노라

3
개구리 우는 소리
비오실 줄 알았건만
님께서 오실 줄 알고
새 옷 입고 나갔더니
님보다 비 먼저 오시니
그를 슯어 하노라

4
靑山청산이 萬古만고라면
流水유수는 몇 날인고
물을 좇아 산에 드니오간 사람 몇이런고
靑山청산은 말이 없고
물만 흘러 가더라

5
에가 玉을 캘까
바다에 가 眞珠진주 캘까
하늘에 가 별을 딸까
잠에 들어 꿈을 꿀까
두어라 님의 품에서
기룬 회포 풀리라

6
저승길 머다한들
하나밖에 더 잇는가
사람마다 끊어내면
하룻 길도 못 되리라
가다가 길이 없거든
도라올까 하노라

7
李舜臣이순신 사공 삼고
乙支文德을지문덕 마부 삼아
破邪釼파사인 높이 들고
南船北馬남선북마 하야 볼까
아마도 님 찾는 길은
그뿐인가 하노라

8
산중에 해가 길고시내 위에 꽃이 진다
풀밭에 홀로 누워
萬古興亡만고흥망 잊재더니
어디서 두서너 소리
「벅국벅국」하더라

9
물이 흐르기로
豆滿江두만강이 말을 것가
뫼가 솟앗기로
白頭山백두산이 무너지랴
그 사이 오가는 사람이야
일러 무엇 하리오

10
비낀 볕 소등 위에
피리 부는 저 아해야
너의 소 일 없거든
나의 근심 실어주렴
실기야 어렵지 않지만
부릴 곳이 없노라

11
離別이별로 죽은 사람
응당히 많으리라
그 무덤의 풀을 베여
그 풀로 칼 만들어
고적한 긴 그 밤을
도막도막 끊으리라

12
밤에 온 비바람이
얼마나 모지든고
많고 적은 꽃송이가
가엽시도 떨어졌다
어찌타 비바람은
꽃필 때에 많은고

13
시내의 물소리에
간 밤 비를 알리로다
먼 산의 꽃 소식이
어제와 다르리라
술 빚고 봄옷 지어
오시는 님을 맞을까

14
꽃이 봄이라면
바람도 봄이리라
꽃 피자 바람 부니
그럴듯도 하다마는
어지타 저 바람은
꽃을 지워 가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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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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