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단에서 호국훈련에 참가하기로 결정되었다.

장기비상근 복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하게 된 ‘전술훈련’이었다. 처음에 호국훈련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긴장했다. 현역 시절 두 번의 호국훈련이 있었는데…

두 번 모두 야외에서만 2개월 이상을 지냈던 초대형 훈련이었다. 이천/장호원에서 전개하여 원주를 점령하는 것이 목표였다.

주둔지 정찰을 다니고, 대항군을 찾아 수색하고 격멸하고, 1주일에 한번씩 동네 목욕탕을 협조해서 전 중대원이 같이 씻고, 장갑차 끌고 다니다가 동네 민원 받고 다니던 난이도 지옥 수준의 훈련이었다.

다행히 여단에서 하는 호국훈련은 전체 훈련 중 3일만 참석한다고 해서 안도했다. 내게 남은 근무일이 몇일 안남았는데 여기에 다 투자해버리면 후에 있을 포병집체훈련이랑 재입영/대포사격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앞섰었다.

전술훈련을 준비하면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이제는 더 이상 안면위장/을 바르지 않는다는 것.  두번째는 지휘소에 컴퓨터/인터넷선 같은 전산장비가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것. 세번째는 상황판이 엄청나게 휘황찬란해졌다는 것.

훈련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동원사단은 한 명 한 명 간부들의 능력이 엄청나야 한다는 것이다. 전방부대 대비 9%의 편제율로 100%의 전력을 구현해야 하는 동원사단은 한 명 한 명이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 장/단기 비상근예비군이 가세하여 원활한 전투력 발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훈련에 앞서 군용 차량으로 최초진지와 차후진지를 지형정찰하게 되었다. 이때 내가 5/4톤 군용 박스카를 직접 운전하여 지형정찰에 참가했다. 작년에 전투 중형차량 면허를 획득해서 2 1/2톤과 1 1/2톤 군용 차량에 대한 운전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지형정찰 후 훈련 시작동안 훈련물자를 챙기고,
훈련을 시작했다.

나는 소형전술차량을 운전해서 여단 지휘소 근처 첫번째 포진지로 향했다. 물자를 내리고 화포를 적방향으로 지향고 물자를 내리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포진지 구축을 하려 했는데, 몇번의 통화가 오가더니 바로 ‘이동준비’.

우리가 이동준비를 마치고 정렬했을 때, 우리가 있었던 곳으로 다른 부대의 지휘소가 이동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완편부대인지라 같은 제대일지라도 규모가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또한 기계화여단의 본부/직할이라 장갑차가 꽤 많이 들어왔다. 그 중에 한 대가 우리 차량과 위치가 겹쳐보이길래 직접 걸어가서 물어봤다.

“경계 위치가 어디십니까?”

우리 차량이 정차되어 있는 딱 그자리였길래 우리 차량을 뒤로 이동시키고, 우리는 차후진지로 화포 및 사격지휘차량을 이동시켰다.

차후진지로 가서 화포를 끊고 곧바로 적방향으로 지향해서 방향을 잡고, 잠시 대기했다.
잠시 후,

대기하고 있는데, 작전 쪽에서 연락이 왔다. 화포를 두고 본부에 합류하라는. 지금 포가 중요한게 아니다.라는 지휘소의 연락이 왔다.

화포를 두고 병력들만 지휘소로 이동했다.

해는 졌는데, 개인천막이 안쳐져 있었다. 포병대장, 2포대장, 전사관, 통신반장 딱 4명 것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뭐 이럴수도 있지 하면서 손전등 빛 하나에 기대어 천막을 치고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대이동을 위해 개인천막을 다 걷었는데 대기 명령이 떨어져

이번 훈련을 같이 참가한 단기비상근예비군 분들과 같이 한 천막에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여단 지휘소 이동 훈련을 진행하며 우리도 위치를 옮기게 되었다.

기존 지휘소를 정리하고 새 지휘소를 설치하는 작업을 다같이 진행했다.

이후 포병대가 먼저 복귀했다.

사격지휘, 화포견인, 지휘차량을 먼저 부대로 복귀시키고 다시 훈련장으로 복귀하여
지휘소물자를 정리하여 부대로 복귀했다.

 

이번 호국훈련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부대의 성격에 맞도록 임무를 주어야 한다는 것.

부대를 유지하기에도 벅차게 편제해놓고
너무 많은 일을 내려보낸다.

경계부대, 작전부대, 특수작전부대, 예비부대, 동원부대의 특성고려없이
일률적으로 일을 내리는 건가? 라는 의문이 들었던 이번 훈련이었다.

 

 

About Author

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