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는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본식 참석이 예정되어 있었다.

시가행진은 하지 않고, 본식행사 참석만 하기 때문에 현역보다 연습일정이 연습량은 적었다.

사단에서 단체로 이동하기 때문에 버스를 타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새벽 5시까지 부대에 도착해서 행사용 장구류를 챙겨 위병소에 집합했다.

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국군을 대표하는 병력과 장비들이 모여있었다. 우리도 이들 중 하나의 제대를 구성하여 국군의 일원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슬로건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또 하나의 힘”

행사장에 도착하니, 우리와 함께 예비군 제대를 구성하는 분들도 모여있었다.
예비군 동대장, 상근예비역 용사, 특전예비군, 여성예비군 그리고 비상근예비군으로 통합된 제대가 완성되어 연습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본식 행사 통합 연습을 실시하고, 오후에는 제대별 연습을 진행했다.
우리의 자리는 제일 끝, 행사인원 대기장소에서 제일 멀다. 걸어서 약 17분을 이동해야 우리가 도열해야 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본식은 10시.
우리는 9시 40분부터 도열해서 행사를 대기하고,(대통령이 들어올 때 행사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식행사가 끝나고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11시 10분까지 지정된 부동자세로 있어야 했다.

오전연습이 끝나고, 오후에는 제대별 각개 연습을 진행했다.

이렇게 두번째 연습이 끝났다.

첫번째 연습은 참여하지 못했다. 와이프가 급성 담석증으로 119 구급대에 실려가 수술하고 입원 후 회복중이었다. 내가 온전히 아이를 돌봐야 했었다.
다행히 쾌차되어 두번째 연습부터 참석할 수 있었다.

세번째 연습, 집결시간에 늦고 말았다. 뭐, 가정사가 급박하게 흘러가서 였지만 늦은 것은 늦은 것. 장구류는 단체수송버스에 먼저 보냈다. 그리고 나는 직접 내 차를 끌고 집에서 성남까지 타임어택 출근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연습시작 시각 10분전에 도착했고, 연습에는 지장없이 참가할 수 있었다.

세번째, 네번째 연습은 무사히 끝났다.

 

대망의 국군의 날 본식 당일, 사단 집결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들 마음의 준비를 했다. 오늘은 비를 맞을 수 밖에 없겠구나. 라고.

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가는 동안 비는 조금 더 거세졌고,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행사장 안내요원들은 이미 우산을 쓰고 있었다.

대기장소에 들려 복장을 점검하고, 방첩사령부 보안검색을 거쳐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비를 맞지만 우산을 쓸 수는 없다. 비가 와도 행사는 진행되기 때문이다.

9시 10분. 행사장 대기 위치에 도착했다.

행사지원인력이 설치해 둔 차양대, 그 밑에 깔아준 의자가 있었지만, 이미 비로 인해 다 젖어 있었다.

그래도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9시 30분. 전부 일어나 정렬했다. 지금을 위해서 그렇게 연습했다. 정렬하고 행사위치로 이동했다.

자리에 도착하고 쉬어자세로 대기 한지 10분 즈음 지났을까, 방송으로 대통령이 입장. 행사가 시작되었다.

90kg에 육박하는 몸무게에 무거운 전투화를 신고 같은 자세로 서있다 보니, 행사 시작한지 15분정도 부터 발바닥 전체에 통증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행사 사전 연습때 어느 정도 시간을 버티면 되는지 겪어봤기 때문에 그나마 좀 버틸 만했다. 하지만 표창수여가 연습때 보다 더 길게 느껴진 건 좀 의외였다.

대통령이 의전차량으로 내려오고, 우리 앞을 지나갈 때 경례를 하였다. 그리고 자리에 서서 마지막까지 버텨내었다.

본식 행사 종료 후 자리로 돌아왔을 때, ‘아 아무 문제 없이 행사를 잘 끝냈다. 예비군 제대에 피해를 주지 않고 무사히 끝냈다’라는 안도감에 행사때까지 고양되었던 긴장감이 좀 풀리기 시작했다.

무사히 행사를 끝내고 복귀하는 길은 몸은 젖어서 무겁지만 마음을 가벼웠다.

이렇게 인생에 큰 행사를 하나 마치고 나니 이제 몇 일 남지 않은 근무일을 운영해야 하는 현실을 맞닺뜨렸다.

 

 

About Author

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