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 예비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단연코 동원훈련이다. 나를 비롯한 6명의 장기비상근들은 현역들과 함께 동원훈련을 준비하게 되었다. 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약간의 고무적인 상황이었다.
우리의 상념 상, 동원훈련은 2박 3일(28시간)으로 계획되어 있지만, 건국이래 최대 전염병 확산 사태로 인해 제대별 훈련은 1일(8시간)으로 축소 지정되었다.
거기에다가 헌혈, 온라인 교육 등을 받으면 훈련시간을 총 4시간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 말은, 퇴소해야 하는 다양한 한 시간대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단은 각 제대별 모든 동원훈련을 현역과 비상근에비군이 전원 투입되는 ‘총력전’의 개념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제 막 군에 복귀한 비상근예비군들은 임무가 정해져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위병소 입영과 사격장 안전통제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중에서도 나는 화전역으로 전진배치 되어서 동원예비군을 순환버스에 태워서 훈련장으로 보내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화전역에서 08시부터 동원예비군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내게 와서 “진짜 상사 맞냐, 예전에 상사들은 다늙은 아저씨들인데 너무 젊다.”라는 멘트를 날리셨다. 그렇지, 나의 하사때 상사들은…그랬었지, 라는 생각을 하며 임무수행을 하였다.
화전역 인원수송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사격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른 비상근예비근과 단기 비상근분들까지 합세하여 개인화기사격 부사수 임무를 수행했다. 1,2,3대대 동원훈련 동안은 똑같은 임무였다.
이제 마지막인 포병대 동원훈련, 난 전포부문 부교관 임무수행을 받았다. 처음에는 병기 교관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2전사관이 전포부문 교관을 받았었다.
오전에는 마찬가지로, 화전역에 위치해 화전역으로 오는 동원예비군을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훈련장으로 이동시키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때, 평생에 잊지 못할 예비군을 마주쳤다. 현재 군복에는 오른쪽 어깨에 태극기를 밸크로 형태로 부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예비군은 원색 일장기를 오바로크를 쳐서 나타난 것이 아닌가! 놀랐지만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었다. 대대 동원훈련 입소 받을 때 프랑스 국기를 봤었는데, 일장기라니!!
놀란 가슴을 내려담으며 화전역 인원수송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전체집합장소로 이동했다.
식사를 하고 집합장소로 이동해서, 전포 교육 인원들을 확인하고, 교육장으로 인솔해 내려왔다. 약 130여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교육시작시간은 다가왔는데 아직 현역 주교관이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이 교관은 전포교관 임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포병대장 보좌 및 훈련 지속지원 전체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엄청 바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결단을 내렸다. 교육시작 시각에 도달하자, 내가 교육을 시작했다. 이 때 절지 않기 위해 포병집체교육도 열심히 받았고, 교범도 열심히 읽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견인포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와 스펙을 설명하고, 인원을 나눠 각 포반별로 분배하여 보냈다.
이때 또 한번의 이벤트가 있었다. 한 동원예비군이 나를 정확하게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 아파요.”
단 네글자였지만, 너무나도 강력한 의미가 있었던 한 마디, 바로 열외시키고 지속지원반에 연락하여 사단 의무대로 후송시켰다. 결과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이후, 각 포반 조교들에게 편사각 조정하는 법을 가르치라 지시하고, 여섯개 포반을 돌아다니면서 포탄의 신관조립 및 시간조정방법을 직접 설명했다.
이렇게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교육시간이 종료되었다. 교육인원들을 다시 집합장소로 올려보내고, 포대 장비들을 조교들과 정리하였다.
훈련이 끝나고 복귀한 행정반에서 내 담당 멘토인 포반장에게서 칭찬을 들었다.
본인의 업무가 밀려서 교육시간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는데, 내가 시작시간에 맞춰 교육을 주도하고 있어서 믿고 맡기길 잘했다는 말.
하루에 한번씩 부대가 바뀌는 엄청난 스케쥴의 동원훈련 이었지만, 장기비상근에비군으로서 임무수행을 제대로 한 듯 한 칭찬 한마디에 괜히 뿌듯함이 늘었던 훈련이 이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