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에서 다른 이에 대해 좋게 말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자신이 그를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에게 알리기 위해서, 둘째는 당사자 또한 자신에 대해 좋게 말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당신은 착한 사람이다. 당신은 왕의 총애를 받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고 애를 쓰지 않고,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스스로의 일에만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곧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
대화의 재능은 스스로 과장해 드러내 보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에게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도록 이야기를 통해 이끌어준다는 점에 있다. 스스로도 찾아내지 못했던 자신의 기지와 만족을 당신과의 대화에서 찾아낸 사람은, 당신에게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말을 잘하는 재능을 갖지 못했다면 침묵이라도 지킬 줄 아는 지각이 있어야 한다. 만약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지 않다면 불행한 사람이다.
미덕이라는 두 글자도 이해관계에 값지게 쓰일 때가 있다. 악덕처럼.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인간은, 방금 자기가 배운 것을 타인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는게 많은 사람은 자기가 말하는 것을 남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별일 아닌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남의 잘못을 말하며 비난받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자기 자신의 그림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우리가 남을 통해 자신의 과오를 돌이켜볼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단점을 고치기가 얼마나 쉽겠는가.
사람들은 행운의 절정에서, 그들을 그곳까지 올라가게 만들어준 똑같은 이유로 인하여 흔히 굴러 떨어진다.
어떤 사람을 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은, 그 사람을 더욱 더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애는 불안과 통한다. 벗어나기 위해 자꾸 반성을 하거나 술수를 써봐야 더욱 빠져들 뿐이다.
어떤 시인은 연극에서 위대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려한 시구를 길게 늘어놓는 경향이 있다. 관중은 이해하기 어려울수록 더욱 그것을 찬미한다. 고함을 치고 박수갈채를 보낼 정도로 흥분한다. 어린 시절, 나는 그런 부분은 연기자나 관객들이 분명하게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주의를 기울여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착각에서 깨어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관심을 도저히 빼앗을 수 없는 까닭에, 그에 대한 찬사에 동참하는 것 만은 거절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경멸함으로써, 사랑을 받지 못하는 원한을 위로하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우리는 자기 일에만 열중한 나머지, 미덕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겉모양만 그럴싸한 악덕에 지나지 않음을 간과할 때가 있다. 자기애가 우리 눈을 현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인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평범해보인다. 작은 사람에게 위인이 훌륭해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인생이란 느끼는 사람에게는 비극이지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희극이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온갖 맛있는 요리를 먹고 화려하게 꾸며진 집에서 살며 귀족을 배우자로 맞아들여 아들까지 대귀족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그가 만족스럽게 살아갈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아마도 그것은 다른 종류의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일 것이다.
중대한 일은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과장함으로써 오히려 그 가치를 잃는다.
초조하게 뭔가를 바라는 사람은 너무 많은 기력을 미리 소진한 탓에 바라는 것을 얻어도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한다. 반면 스스로가 바라는 행복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이 끝내 찾아오지 않더라도 절망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친구 대부분은 무엇이든 들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신뢰에도 조심이 필요하다. 털어놓아서는 안되는 사정도 있는 것이다.
친구의 성공에서 받는 기쁨은, 그 친구가 우리를 능가해버릴 때 느끼는 작은 불안 혹은 시기에 의해 어느 정도는 상쇄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친구의 행복을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되면 반드시 그것을 먼저 기뻐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빨리 알아차리기, 그리고 상응하는 대접을 해주기, 이 두 가지 일은 언제나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분들이 이렇게 하지 못한다.
태엽이나 톱니바퀴와 같은 장치는 숨겨져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시계는 바늘만이 밖에 나와 있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한 바퀴를 더 돈다.
평온하고 즐거워 보이는 겉모습이 우리를 속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평화를 상상하게 만드는 동안, 가정에서는 불신과 혐오로 인한 풍파가 일어난다. 그 비밀을 외부인들이 냄새 맡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