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처럼 사단 집체교육, 야간전술행군이 지나갔다. 서로 친해지기도 전에 진행된 큰 일정 들이었다. 덕분에 같은 여단에서 근무하는 인원들과는 많이 돈독해졌지만, 그만단 사단직할 및 타 여단 인원들과는 겹치는 일이 적어 시간을 내서 만나러 가지 않으면 만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아마도 전원 각자의 임무가 현역처럼 정해져 있어, 임무에 적응함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시작점이라 서로가 몸도 마음도 바뻤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임무수행을 위해, 선행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현역과의 관계. 이건 참 에매한 노릇이었다.
특히 장기비상근예비군 제도가 없던 시절의 단기비상근에비군요원에 악감정을 가졌었던 경험이 있거나, 장기비상근예비군이 현역보다 임무가 제한적인데 일 15만원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에 불만을 가진 현역도 있었다. 아예 존재 자체를 불편하다고 티내는 현역도 있었다.
내가 소속되었던 제대에서는 걸출한 현역 한 명이 멘토를 자처하면서 여단의 현역과 장기비상근예비역 사이에서 임무를 분배하고 확정하고, 예비역이 임무수행할 때 현역이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다같이 모이게 하고, 회의를 진행하며 예비역들이 부대에 동화될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해주었다.
다른 제대는 모르겠다만, 우리 제대는 현역의 엄청난 노력과 배려, 예비역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잘 어울려 처음 시작을 잘 다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