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계획에 없던 ‘소통과 공감의 시간’이라는 것이 생겼다. 사단장께서 ‘언젠가 한번은 하시겠다고 했는데 올해는 각자 근무일이 다르니 일정을 맞춰서 준비해서 보자’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혔다.

이 이야기를 건의 당사자로부터 들은 이후에, 각 여단별 ‘소통과 공감의 시간’이 생겼다. 오전에 한 시간, 여단장님과의 간담 후 맛있는 식사 후 간담회는 끝났다.

우리 여단의 장기비상근예비군들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고, 본인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며, 현역과 예비역 상호간에도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사이가 좋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판단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몇몇 때문에, 장기비상근예비군이라는 집단 전체가 현역으로부터 경계와 의심의 대상이 되는 피해를 받고 말았다. 작년부터 있었던 문제였지만, 해결하기가 힘든 일이다. 결국 사람에 관한 일이니깐 말이다. 그저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한번 더 다짐하게 될 기회로 삼을 뿐이다.

4월에는 새로운 장비관리 기술들을 배우느라 바뻤다. 2년차때도 180일 근무할 줄 았았던 작년 초반에 청구했던 대포의 부품이 왕창 입고된 것이다.

작년에 1번 정도 장착만 했던 경험이 있는데, 올해는 새로운 장비로 교체하는 것이기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또한 해체/장착법을 모르는 한 가지 부품을 배우기 위해, 상급부대 담당관님께 몇번이고 찾아가서 배워오기도 했다.

사실 현역을 떠난 지금도 대포보다는 장갑차 사용자 정비가 훨씬 손에 익는다. 대포라는 새로운 장비를 배우는 1년에 가까운 시간보다, 올해 지나치는 장갑차에 손을 대니 떠오르는 지식들이 아직은 더 선명하다. 지금도 한번만 다시 배우면 파워팩을 내리고 궤도를 끊고, 양압장치를 유지보수 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200, 242, 277 이 세가지는 집중적으로 반년만 만져도 예전 폼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도 지금은 포병이고, 포병에 불만이 없다. 오히려 재미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포 1문에 대한 해체/장착법을 익히고 나니 어느덧 4월이 지나버렸다.

 

이렇게 4월이 지나갔고, 나는 이제 상당기간 보정을 받은 73일의 근무일이 남았다.

 

 

About Author

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