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장기비상근예비군 복무가 시작되었다.
출근하고 보니, 우리 여단은 3주연속 동원훈련이 잡혀있었다. 고민이 들었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근무일이 100일 뿐이다. 내가 속한 포병 병과는 일반적인 훈련과 더불어 포병만의 대규모 훈련이 추가로 계획된다.
과연 내가 가진 100일 중에 15일이라는 시간을 내 소속대가 아닌 제대의 훈련에 투자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라는 고민이 근무의 시작부터 크고 깊게 다가왔다.
하지만 여단 최고지휘관의 방침은 ‘동원훈련은 총력전이다’. 현역간부/용사, 장기/단기비상근예비군, 군무원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계시니 기꺼이 훈련에 참가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2박3일 동원훈련. 나는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 평균 18,201 걸음을 갱신했다. 현역간부/용사들의 고생은 이보다 더했을 것이다.
동원훈련간의 이벤트1.
출입증을 받으러 여단 장기비상근예비군 4명이 사단정보처 사무실에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증 찾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조금 도와줄까 싶어서 사무실 안을 조금 돌아다녔다. (참고로 사무실은 5평 정도 된다) 한 2,3분정도 되었을까, 현역분께서
“이렇게 사무실을 뒤지고 다녀도 되는거냐!”
우리는 돌아다니기만 했지, 우리 손으로 직접 서랍을 열거나 책상에 손을 대지 않았다. 본인 입장에서는 좁은 사무실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니 불편했겠지만, 글로 담을 수 없는 저 어조는 명백히 말을 건네는 대상을 완벽하게 하대하는 거였다.
일단 알아들은 사람은 2명. 나와 정보중대장이었다. 나는 ‘당황+황당=표정관리안됨’ 상태였는데 정보중대장은 ‘화남’ 상태였다. 정보중대장이 일단 나가있으라고 해서 나머지 둘과 함께 정보처를 쫒겨나듯이 나왔다.
아, 아직도 우리를 짐짝으로 생각하는 현역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충분히 다른 워딩과 다른 어조로 대화를 시도했으면 얼마든지 응하고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령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위에 저 말을 한 현역이 로비쪽으로 나오다가 나랑 마주쳤다. 마주치자 마자 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지나쳐버렸다. 그 현역이 쳐다본 곳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뿐이다. 그저 아직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싫은 것이다’ 라고 밖에 생각되지 못하도록 내 생각을 묶어버리는 행동에 한번 더 화가 났지만, 나는 그저 일개 예비군이라는 약자이기에 그냥 속으로 삭힐 수 밖에 없었다.
동원훈련간의 이벤트 2.
내 차가 털렸다. 퇴근을 하려고 차에 왔는데 앞문이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차에 귀중품을 두고 다니지 않아서 걱정은 안했는데
위병소 앞에서 알아챘다. 출입증이 없어졌다!!
다행히 마침 위병소를 나오던 작전과장님께서 함께 신원확인을 도와주셔서 통과했다.
어이쿠야…하면서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려고 했는데
뒷좌석 사이에 출입증이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공무원증이 아닌걸 확인하고 뒤로 던지지 싶었나 싶었다. 나한테는 다행다행.
이렇게 3월이 지나갔고, 나는 이제 75일의 근무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