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莖艸일경초의 生命생명
한용운
江上강상 數峰수봉의 푸른 빛 너머로 白牧丹花백목단화 같은 한 쪼각 구름이 오른다.
무엇보다도 敏速민속한 나의 腦뇌가 무엇을 느끼랴다가 미쳐 느끼지 못한 그 刹那찰나 구름은 벌써 솜뭉치같이 피여서 한편 하늘을 덮어 온다.
仙娥선아야 그 솜뭉치 좀 빌려라, 가벼운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보드러운 싹을 싸주자.
仙娥선아는 沈默침묵이다. 그러나 넘칠 듯한 愛嬌애교 나를 向향하야 同情동정을 드러붓는 듯하다.
어느 겨를에 그리 晴明청명하든 蒼空창공, 水墨色수묵색의 帳幕장막을 편 듯하다.
벼개위에 오랴는 낮 졸음을 쫓는 沛然패연한 소리, 大旱대한의 野야에 活水활수가 낫도다.
아아, 나의 感謝감사를 表표하는 親線친선 새삼스럽게 벌써 개인 江上강상의 數峰수봉에 대인다.
제 아모리 惡魔악마라도 어찌 막으랴, 焦土초토의 中중에서도 金石금석을 뚫을 듯한 眞生命진생명을 가졌든 그 풀의 勃然발연을.
사랑스럽다, 鬼귀의 斧부로도 魔마의 牙아로도 어쩌지 못할 一莖草일경초의 生命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