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居산거
한용운
띠끌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깎아 집을 짓고
들을 뚫어 새암을 팠다.
구름은 손인 양하야
스스로 왔다 스스로 가고
달은 파수꾼도 아니언만
밤을 새워 문을 지킨다.
새소리를 노래라 하고
솔 ── 바람을 거문고라 하는 것은
옛사람의 두고 쓰는 말이다.
님 기루어 잠 못 이루는
오고 가지 않는 근심은
오직 작은 벼개가 알 뿐이다.
空山공산의 寂寞적막이여,
어대서 한가한 근심을 가져오는가.
차라리 社鵑聲사견성도 없이,
고요히 근심을 가져오는
오오, 空山공산의 寂寞적막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