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서요
한용운
_그것은 어머니의 가슴에 머리를 숙이고 자기자기한 사랑을 받으랴고 삐죽거리는 입설로 表情표정하는 어여쁜 아기를 싸안으랴는 사랑의 날개가 아니라, 敵적의 旗기발입니다.
_그것은 慈悲자비의 白毫光明백호광명이 아니라, 번득거리는 惡魔악마의 눈(眼안)빛입니다.
_그것은 冕旒冠면류관과 黃金황금의 누리와 죽음과를 본 체도 아니하고, 몸과 마음을 돌돌 뭉쳐서 사랑의 바다에 퐁당 넣랴는 사랑의 女神여신이 아니라, 칼의 웃음입니다.
_아아 님이여, 慰安위안에 목마른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여요.
_大地대지의 音樂음악은 無窮花무궁화 그늘에 잠들었읍니다.
_光明광명의 꿈은 검은 바다에서 잠약질합니다.
_무서운 沈默침묵은 萬像만상의 속살거림에 서슬이 푸른 敎訓교훈을 나리고 있읍니다.
_아아 님이여, 새 生命생명의 꽃에 醉취하랴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여요.
_거룩한 天使천사의 洗禮세례를 받은 純潔순결한 靑春청춘을 똑 따서 그 속에 自己자기의 生命생명을 넣서, 그것을 사랑의 祭壇제단에 祭物제물로 드리는 어여쁜 處女처녀가 어데 있어요.
_달금하고 맑은 향기를 꿀벌에게 주고, 다른 꿀벌에게 주지 않는 이상한 百合백합꽃이 어데 있어요.
_自身자신의 全體전체를 죽음의 靑山청산에 장사지내고, 흐르는 빛(光광)으로 밤을 두 쪼각에 베히는 반딧불이 어데 있어요.
_아아 님이여, 情정에 殉死순사하랴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여요.
_그 나라에는 虛空허공이 없읍니다.
_그 나라에는 그림자 없는 사람들이 戰爭전쟁을 하고 있읍니다.
_그 나라에는 宇宙萬像우주만상의 모든 生命생명의 쇳대를 가지고, 尺度척도를 超越초월한 森嚴삼엄한 軌律계율로 進行진행하는 偉大위대한 時間시간이 停止정지되얐읍니다.
_아아 님이여, 죽음을 芳香방향이라고 하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