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天主 — 聖母 — 大祝日
〔라〕 Octava Nativitstis Domini, Sollenmnitas Sanctae Dei Genitricis Mariea
〔영〕 Octave of Christmas, Solemnity of the Blessed Virgin Mary, Mothoer of God
새해의 첫날인 1월 1일에 하느님의 어머니인 성모마리아를 기념하는 의무 대축일.
〔 유래와 역사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예수 성탄 대축일의 팔일 축제일에 해당된다. 하지만 본래 전례 주년에서 팔일 축제를 지내는 것은 부활 대축일만의 특권이었다. 시대가 지나면서 세례받은 사람들을 교육시킬 목적으로 설령 강림 대축일에도 부활 대축일을 모방하여 팔일 축제가 생겨났지만, 성탄은 팔일 축제를 지낼 만큼 성대한 축제일이 아니었다. 다만 성탄 후 8일째 되는 날(1월 1일)을 축일로 지냈다. 이날은 ‘천주의 모친’인 마리아를 경하하기 위한 것이었고, 주님의 할례(성전 봉헌)을 덧붙여 기념하기도 하였다. 이날 지내는 ‘천주의 모친 마리아 축일’은 로마 전례에서 마리아 축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성모 축일이다.
이 대축일의 시작은 3세기 이전부터 대중 신심의 성모 공경에서이루어졌다. 성모 공경에 대한 대중 신심이 발전하고 확대되어, 에페소 공의회(431)에서 성모께 ‘테오코코스’ (Θεοτόκος, 하느님을 낳으신 분, 천주의 모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이 주어졌다. 공의회는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에페소에서 가장 큰 성당에서 열렸는데, 당시 예루살렘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죽음(천상 탄생) 축일’을 8월 15일에 지냈다. 따라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의 성모 공경은 8월 15일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 후 이날에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에서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하였다.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은 예루살렘 뿐 아니라 여러 동방 교회에 확산되어 축제를 지내고 성모를 공경하였다. 그것은 이미 대부분의 교회에서 성모 공경을 해 왔기 때문에 널리 전파될 수 있었다. 특히 성모 마리아의 역할에 비추어 ‘주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육화의 신비, 곧 성탄 축일 신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기념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 동방 교회에서는 예수 성탄 다음날은 12월 26일에 ‘하느님의 어머니 축하 축일’을 지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서방 교회에서는 7세기에 이 축일을 1월 1일에 지내게 되었으며, 로마 교회에서 처음으로 지냈다. 로마 교회는 이날을 ‘성모 천상 탄생 주일’로 지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성모 승천'(8월 15일)과 ‘성모 성탄'(9월 8일) 축일이 도입되어 성모 공경은 확대되었다. 1월 1일의 축일에 대한 기록은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하게 변화되었다. 로마의 성무 집전서와 독서집들은 이날을 ‘주님의 팔일 축제’ (In Octavas Domini)라고 칭하였으며, 응송집(Antiphonale missarum sextuplex)은 ‘성모 마리아의 탄생'(Natale sanctae Mariae)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도 갈리아 전례서들과 트리엔트 공의회 미사 전례서는 ‘주님의 할례'(In circumcisione Domini)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이 축일은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 이후 ‘주님의 탄생(성탄) 팔일 축제’에 자리를 내어 주었다. 그로 인해 1월 1일은 중세를 거치고 근래에 이르기까지 성모 축일로서의 의미가 많이 약회되었다. 하지만 1969년에 ‘하느님의 어머니’를 강조하고 기념하게 되면서 이날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정하였다. 특히 이것은 고대로부터 로마에서 1월 1일에 지내던 ‘성 마리아 천상 탄생(Natale Sanctae Mariae)의 의미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 신학적 의미 〕
이 축일은 로마에서 지내던 성모 대축일의 본래 의미를 회복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이다. 하지만 이날의 주제는 성자 탄생의 연장이 팔일 축제로서 성모의 역할을 칭송하는 성모 공경 외에도 새해에 대한 축복과 평화의 기원(제1 독서), 주님의 할례(복음), 우주의 중심인 그리스도(영성체송) 등 전통적으로 지냈던 축일의 내용들과 새로운 주제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주제 가운데 특히 이날은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에 의해 1968년부터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날, 즉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해졌다. 구원의 문을 여는 성모에게 새해 첫날을 봉헌한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으며, 더욱이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모후이기에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평화의 날을 지내는 것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사도적 권고 〈마리아 공경〉(Marialis Cultus, 1974. 2. 2)을 통해 이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개정된 성탄 시기의 순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을 다시 지내게 되었다는 점 같습니다. 옛 로마의 전례대로 1월 1일에 지내게 되는 이 축일은 구원의 신비 안에서 수행하신 마리아의 역할을 기념하고, ‘우리가 생명의 근원이신 성자를 맞아들이게 해 주신’ 거룩한 어머니께 드리는 특별한 존엄성을 찬미하는 날입니다. 또한 이날은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 준 기쁜 소식(루가 2, 14 참조)을 다시 한 번 들으며, 평화의 모후를 통하여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탄 후 8일째 되는 날이자 새해 첫날이 되는 이 날을 평화의 날로 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호응은 날로 높아져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5항).
성모에 대한 호칭은 다양하다. 성모 공경에서 마리아에게 적용되는 여러 호칭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성모 미사 전례서》(Collectio Missatum de Beata Maria Virgine, 1987)가 있다. 여기에 실린 미사 고유 기도문은 모두 46개로서, 전례력과 주제에 따라 구분하여 성모 마리아에 대한 호칭으로 그 주제를 나타내 주고 있다. 대림 시기(3개), 성탄 시기(6개), 사순 시기(5개), 부활 시기(4개)에 따라 적합하게 배열하였고, 나머지는 연중 시기에 세 편으로 나누어 배치 · 분류하고 있다. 곧 성서에서 유래하거나 교회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호칭으로 ‘천주의 모친’을 기념하는 기도문들(11개), 신자들의 영성 생활을 북돋아 주는 호칭으로 ‘주님의 어머니’를 기념하는 기도문들(9개) 그리고 믿는 이들을 도와 주시는 성모 마리아의 자비로운 전구를 드러내는 호칭으로 ‘성 마리아’를 기념하는 기도문들(8개) 등이다.
기도문들은 호칭으로 구별된다. 이 가운데 특히 ‘천주의 모친'(Genitrix Dei)이 정점을 이루는 호칭에 해당된다. 이 호칭을 중심으로 한쪽은 성모 마리아의 ‘동정성'(virginitas)을 가리키는 호칭들이 무리를 짓고 있으며, 다른 한 부류는 ‘어머니됨'(Maternitas, 母性)을 드러내는 호칭들이다.
그 외 긴 수식의 이름들은 구원 신비 안에서 동정성이나 모성의 위치 또는 역할, 모습, 특성 등을 설명해 주는 내용들이다. 모든 성모 마리아의 호칭들은 결국 ‘천주의 모친’에게로 수렴된다. 그만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성모 축일 들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다른 성모 마리아 축일들 가운데 가장 근원이 되는 축일인 것이다.
〔 전례 〕
이날은 ‘하느님의 어머니’ 또는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면서 새해 첫 날을 축하한다. 교회는 이날을 의무 대축일 중 하나로 지정하여 공동체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날은 성탄 팔일 축제의 여덟째 날이다. 또 성탄 팔일 축제에 맞추어 기념함으로써 ‘성탄의 의미'(빛이신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오셨다)와 ‘성모 공경의 의미'(겸손한 신앙으로 주님을 받아들이고 모신 성모님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쇼회의 모습이다)를 잘 연결해 주고 있다.
이 축일의 전례는 예수의 성탄이 성모 마리아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강조하며, 성탄을 통해서 성취되는 세상의 구원을 기념하고 있다. 성탄을 통해서 성모는 구세주의 모친이 되며, 인류의 모친이 되는 것이다. 제1 독서(민수 6, 22-27)는 새해 첫 날임을 고려하여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하고 또한 평화를 기원한다. 행복은 자신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며, 선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이 주는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것이다. 화답송(시편 66)도 여기에 상응하는 축복 기원을 노래한다.
복음(루가 2, 16-21)은 구세주 탄생의 이야기에서 성모의 역할을 두드러지게 설명해준다. 아울러 성자의 탄생으로 구원이 이 세상에 도래하였으며, 여덟째 날에 가진 예수의 명명(命名), 할례와 성전 봉헌에 관하여 추가로 설명한다. 이것은 성탄 팔일 축제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수의 이름은 ‘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는 의미로, 구세주 예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구원을 받아들이는 복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래서 입당송은 특이하게 5세기 초의 그리스도교 시인인 세둘리오(Sedulius)의 ‘성모 공경 하례 인사’를 노래하는데, 이 내용은 성자 탄생에 대한 성모의 역할을 칭송한다. 본기도를 통해서는 구원의 은혜가 성모를 통해 실현되었으므로,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해 성모께서 전구자임을 깨닫게 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제2 독서(갈라 4, 4-7)에서 사도 보오로는, 성부가 성자를 파견하여 인간이 되게 한 육화의 신비, 곧 성탄을 통해 인간이 자유와 참 해방을 얻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그것은 영성체송에서 말하듯이 그리스도가 시작이요 마침이기 때문이다. 새해는 곧 첫 시작이며 마침과 완성과 연결됨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시간과 전 우주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성체 후 기도는 하느님이 베푼 구원에 관한 영원한 기쁨과 항구한 행복을 주님 안에서 계속 누리도록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