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丁若鏞, 1762~1836)
신유학의 형이상학적 사유 경향을 극복하고 공자와 맹자로 대표되는 원시 유학의 윤리학적 태도를 복원하고자 노력했던 조선 유학의 마지막 대가. 주희가 체계화했던 이일분수(理一分殊)의 논리를 공격하는 데 있어 그에게 도움이 된 것이 마테오 리치로부터 배운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이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두 가지 범주 ‘실체'(substania)와 ‘속성'(accidens)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개체를 상징하는 실체가 없다면 속성도 존재할 수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발상은 기(氣)가 없다면 이(理)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정약용의 주장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저술과 서신들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집대성되어 있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