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세번째 일정( 1. 동원훈련 준비 2. 우리포병대 동원훈련), 사단의 마지막 포병대 동원훈련에 교관으로 훈련지원을 나오게 되었다. 60여단 포병대는 5월 말 대포사격과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에, 포병대가 하는 동원훈련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에 맡은 부문은 전포. 원래 나의 보직이 ‘보병여단 포병대 전포사격통제부사관’이니 당연한 일이다.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훈련 2일차에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이미 훈련장에는 각 포들이 준비되어 있고(저번주부터 사용하던 우리 포병대 화포였다) 각 포별로 교관과 조교들이 배치되었다. 주통제 교관은 우리여단 포반장. 나의 임무는 2여단 2전사관과 함께 3명의 측각수를 교육하는 임무였다. 오전 내내 교육을 했더니 3명 다 방향틀을 운용 할 만큼 숙달하였다.
오후에는 전포 전 인원이 개인화기 사격을 하기 위해 사격장으로 떠났다.
이 시간을 활용하여 나는 12문의 화포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더웠지만, 반드시 오늘 점검을 완료했어야 했다. 이 12문의 화포들이 주둔지에서 훈련장으로 옮겨질 때 꽤 많은 수의 화포가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기에, 반드시 점검을 끝내 정비소요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온도지수 35. 이 지수는 나도 힘든 수치였다. 현역 시절 초급반 전술훈련 2주를 상무대의 무명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장갑차에서, 4번의 혹서기 전술훈련, 약 30일 연속의 국지도발, 전투준비태세를 양주 한복판에서 버텨냈다. 그렇게 익힌 여름에 움직이는 법, 하지만 군을 떠난 지 10년, 제대로 몸이 기억할 지 불안했지만, 스스로를 믿었다.
포병대장님은 현역 간부와 용사들을 데리고 점검을 하라고 했지만, 저 인원들이 폭염 속에 햇빛을 다이렉트로 받으면서 일과 강행돌파를 해본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내가 전투서열상 최상위자이지만 부대운영에 권한이 없는 예비군으로서 굳이 위험한 상황으로 모두를 끌고 들어가야 하는가? 라는 스스로의 질문 끝에 혼자 화포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14시 45분 경. 7문의 점검을 끝냈을 무렵 쭈구리고 앉았다가 일어서는 데 머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느껴지는 beep음. 아, 지금이다. 지금 바로 쉬지 않으면 열사병으로 쓰러진다 라는 직감이 왔다. 바로 컴백셔츠 상의 지퍼를 내리면서 천천히 그늘 쪽으로 이동해 물을 마셨다. 온몸이 수증기를 뿌리듯 열기를 뿌렸다. 이 열기가 전부 식을 대까지 기다려야 한다. 달궈진 신체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 쌓인 열을 내뿜는 것이라 심호흡과 단전호흡을 하면서 몸의 상태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어릴 때 (내가)기공을 배운적이 있다. 소주천을 열고 대주천을 반 정도 열었었다. 이 때 배운 것들을 군대에서 잘 써먹는 중이다.
얼추 몸이 돌아왔을때 합류한 현역들과 함께 점검을 마무리하고, 사단 군지대대 총포소대에 전화해서 거의 ‘살려줍쇼’ 수준으로 내일 정비를 도와달라 읍소했다. 다행히 총포소대장님께서 일정이 있지만 빨리 끝내고 와주신다고 했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잠시 휴식 후 저녁을 먹고, 야간 훈련 준비를 하였다.
야간훈련과제는 야간 방열. 저번주에 우리도 해봤지만, 야간방열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현역 시절에는 공격준비사격 시에 계획표적에 방열 하는 것만으로도 분노게이지 2만까지 차올랐는데, 똑같았다. 오히려 더 심했다. 동시 12문, 방향틀 3개의 야간방열은… 앞으로 야간에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3일차. 이 날은 어쩌다 보니 내가 주통제 교관이 되었다. 2여단 주통제 교관이 훈련지속지원 업무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내게 주통제 교관을 넘겨주고 다른 임무를 하러 떠났다. 문제없다. 이때를 위해 그렇게 주특기를 연구하고 교수법을 고민했지 않았는가. 바로 교관용 마이크를 받아들고 전포 전체 교육에 돌입했다.
예비군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교육 종료와 동시에 장비 정리까지 동시에 마무리하고 교육을 마무리 했다. 에비군에게 정확한 종료시점과 어던 훈련을 할 것인지, 무슨일이 있어도 이 성과가 나오면 훈련을 접겠다고 약속했다면, 지키면 된다. 중간에 상부에서 한번 더 하라고 했지만….교관직권으로 성과가 나왔으니 종료하겠다는 멘트를 더해주면 금상첨화.
오전 주특기훈련까지 마치고, 오후에 있을 화포정비를 위한 준비작업을 했다. 어제 점검한 화포들 중 문제있는것들 중 첫번째 화포의 차륜을 뜯는데, 꽤나 힘들었다. 거기다가 분해를 중간까지 했는데 나머지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접 여단 포병대에 SOS 구조신호를 보냈다. 그랬더니 포사수와 포병대장님이 같이 오셔서 오전내내 같이 분해정비를 도와주셨다.
그런데, 동원막사 쪽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한 무리의 사람이 엉켜나왔다. 싸우는 사람은 둘이고, 나머지는 말리러 나온 사람들이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둘 다 장기비상근예비군이었다. 작년부터 사이가 않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렇게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은 처음 봤다. 와… 저렇게도 싸울 수 있구나… 라고 넋놓고 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결국 저렇게 싸우는 것도 결국 전체 장기비상근예비군을 욕먹이는 짓인데, 결국 저렇게 터지고 말았구나…라고 좌절했다. 한 명은 본인이 하는 행동이 모두 맞다고 항상 주장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 본인 대비 틀리고 모자란 사람이고, 한 명은 그저 본인의 역량에 맞게 지휘관이 시킨 일을 하는 사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저런 모습을 결국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다니. 안타깝고 안타깝다.
오후에는 총포소대에서 이동정비를 와주셨다. 그래서 파손된 부품을 찾아서 고장의 원인을 밝히고, 치호조정을 통해 일단은 이동할 수 있는 화포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파손되 부분을 수리하고, 조정이 잘못된 제동장치들을 전부 재조정했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던 작업이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훈련과 점검, 정비까지 마치고 나니 사단의 포병대 전체 동원훈련이 끝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7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투장비지휘검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