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일정. 전투장비 지휘검열이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은, 훈련장에 나가있는 우리 화포 12문을 다시 데리고 들어와야 한다.

지휘검열을 준비하는 첫날, 콘보이와 군용차량을 배차받아 이동을 준비했다. 동원사단 특성이 여기서는 치명적 단점으로 드러난다. 간부도, 병사도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끌어모을 수 있는 만큼, 타여단의 간부까지 지원받아서 5번 정도 왕복한 듯 했다.

과정은 대충 이렇다. 콘보이를 앞세워 군용트럭을 끌고 훈련장으로 간다. 각 화포들 앞에 세운다. 화포를 차량에 견인할 수 있게 걸오놓는다. 포신 끝에 브레이크 등을 단다. 대열을 맞춰 주둔지 화포차양대로 이동한다. 화포를 T자 후진을 시켜 적정한 자리에 옮겨놓는다. 화포를 차량에서 끊는다. 차량을 빼고, 화포는 인력으로 있어야 하는 자리에 세워놓는다.

이 작업을 12회 하면 된다.

부대 앞 포인트에 군사경찰도 배치되고, 하루 종일 이동시켰다. 이날만 약 1만 6천걸음 정도 걸었다. 마지막 화포까지 옮겨놓고  차량을 복귀시키니,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준비 둘째날. 화포 정비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러 나섰다. 이 날은 내가 따로 배차가 지정되진 않아서 자차를 운행하여 구매업무를 진행했다. 이때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 총액 영수증만 챙기고, 세부내역 영수증은 받지 못했다는 것. 결국 다시 가서 영수증을 받아와야 했다.

구매와 동시에 우리에게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최종적인 계획과 일정을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최종적으로 작성해놨다.

셋째날. 본격적인 화포 정비작업이 시작되었다. 내 첫날부터 덥다 덥다를 외쳤는데, 이날부터는 아주 죽일듯이 더웠다. 화포차양대 안에 온도는 끝없이 올라가는데, 바람은 불지 않고. 나와 통신반장 둘이서 대포의 오래된 부품들을 수령받은 신품으로 교체하고 있었다. 모두 중량물이라, 힘은 힘대로 쓰고, 날은 계속 무자비하게 덥고.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내 교체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 오래된 페인트 제거와 도색준비를 하는데 숨넘어 가는 줄 알았다. 이날 오후에는 같은 주둔지를 사용하는 다른 여단의 포병대 간부들도 지휘검열을 준비하러 내려왔다.

넷이서 아주 더워 쓰러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이 멤버들이 각 여단의 장기비상근예비군 들이었다. 어지 보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우리들의 자리를 정립해가고 있는 듯 해서 뿌듯하긴 했다.

녹을 다 제거한 후에는 도색을 다시 해야 한다. 화포 전체를 전체도장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기에, 과감하게 올해는 부분도색을 선택했다. 일단, 프라이머를 칠하고, 완벽하게 마르면 위에다가 갈색 체인트를 칠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동시에 화포의 기재들을 수량에 맞게 맞추어놨야 한다. 작년에 포병대 전포반 전체를 맞춰놨지만, 작년 지휘검열 이후에 기재박스에서 공구류 등을 꺼내 사용하고 다른박스에 담는 등 수량은 맞지만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가 두 가지 작업에 대한 확인을 다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전입온 신임하사 친구와 포병대 용사들을 모두 보내어 확인하게 하였다. 특히 올해는 장비 중 전구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작동점검이 에상되어 있어, 그 작동현황까지도 확인하게 지시했다. 그 중 작동이 안도는 것들은 작년에 받아놓은 신규 장비로 교체하도록 말해놨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벌어졌다. 프로이머를 칠한 곳에 갈색으로 도색을 하려 페인트를 따서 화포에 바르는 순간이었다. 어, 생각보다 색이 붉은데? 이럴수가. 페인트가 갈색은 갈색이었는데, ‘흙갈색’이 아니라 ‘적갈색’이었다. 우와… 5분도 난감했었다. 하지만 돌이킬수 없다. 색이 좀 다르지만 도색을 완료하는 데에 무게를 두고, 과감히 적갈색으로 모든 부분을 도색했다.

 

드디어 화력장비 검열 날. 나와 포병대장 둘이서 화포차양대에 내려와서 고품에서 떼어낸 장비를 화포에 교체장착한 신품에 옮겨 다는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화포차양대에 내려올때 까지, 화력장비는 오후에 시간계획이 되어 있어 급박하지 않게 작업중이었다.

그런데, 포병대장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내려오겠다는 전언이었다. 당황했지만, 일단 장착하려고 했던 장비는 일단 화포에 걸어놨다. 완벽하게(빡빡하게) 장착하진 못했지만, 기능이 구현될 정도였기 때문에 마음을 긴장시키고, 검열단을 맞았다.

역시나 바로 페인트 색깔은 지적받았다. 그래도 갈색계열이라 지적사항으로 선정되진 않았지만, 차후에 흙갈색으로 다시 칠하기로 했다. 그 외에 외부상태나 작동상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다음은 사격기재를 확인할 차례. 화포창고로 이동하여 물건들을 하나씩 실물 확인하며 검열을 받았다. 두 번 정도의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잘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폭염속의 내 두번째 전투지휘검열은 기분좋게 마무리되었다.

더불어 나의 폭풍같은 7월의 에비군복무도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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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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