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부대에서 실시하는 동원훈련에 지원을 가게 되었다.

우리의 훈련은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주둔지보다 훨씬 북쪽으로 이동해서 훈련장을 꾸몄다.
샤워장을 빼고는 건물 하나 없는 진짜 야전, 여기에서 동원예비군 훈련을 하는구나. 우와…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부대가 여기서 훈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훈련 시작 전날, 하루 먼저 훈련장에 도착해서는
물건을 나르고 물건을 나르는, 일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 날 비가 많이 왔다.
도저히 야외 천막에서 잘 수 없어서 근처 부대의 강당을  빌려

‘강당 바닥에 내가 가지고 온 침낭을 깔아 잠을 청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비가 오지만 실내에서 잘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긍정적 생각이 제일 크게 들었다.

 

훈련 시작, 나의 임무는 주차장 안내.
도보 입소자와 버스입소자는 보내주고
차량 입소자를 지정된 주차장소에 입차시켰다.
주차장소가 좁기 때문에, 최대한의 공간활용를 생각하며
주차시켰다.

주차안내는 입소 종료시까지 한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준차장을 마감하고 훈련장으로 올라갔다.

동원예비군들은 본인들이 숙영할 개인천막을 치고 있었고,
현역과 장기비상근들은 앞으로 있을 일정에 대한 준비를 하였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훈련복을 나눠주고, 식사를 하고 하는 과정에
나는 보조만 해주었다.

애초에 지원임무였고, 탄약주특기 교관임무 수행을 위해 왔기 때문에
평소에 훈련에 임했던 것처럼
결사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비상근 복무 중에 처음 느끼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관부대에서
나의 임무를 탄약 주교관에서 전포 부교관으로 임무를 바꿨어도 아무 불만이 없었다.

둘째날,

전포 교육을 받을 동원예비군을 데리고 교장에 내려갔다.
내가 주교관은 아니지만
포대와 포반을 구분하고, 반을 지휘하는 포반장을 선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관부대에서
탄약 교관이 부재중인 상황이 발생했으니 탄약으로 가서 교육을 진행하라고 했다.

그래? 그래~ 하면서
전포는 주교관에게 넘겨주고 탄약교장으로 넘어갔다.
탄약 주특기 인원들과 포병과 포병탄약, 탄약의 구성 등을 강의하고 있는데
탄약 교관이 도착했으니 교육은 그만하고

교장에서 사용할 그늘막을 쳐달라는 작업지시를 받았다.
응? 그래~ 하면서
트럭 두대 사이를 인삼천으로 엮어서 그늘막을 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격이 넓어서 일까, 가운데 공간이 쳐지고 말았다.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다가
통나무를 구해서 세워 올려 기둥을 구하자는 판단을 하고
잠시 훈련장을 벗어나 통나무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어? 통나무보다 좋았던
아주 긴 PVC 관을 두개나 발견했다.
신나게 들고와서 세워봤더니, 캠핑장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이렇게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교육을 하고 있는데
마지막 임무였던 작업이 끝났던 터라 잠시 다른 교장을 순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격지휘 교관이 내게
“전포교장이 아주 혼란스럽다”는 말을 전해듣고  전포교장으로 갔다.
그래서 주교관에게 잠시 교육을 위임받아
1시간정도 교육을 진행했는데
막내하사가 불만을 토로했다.
본인의 선임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 통제가 바껴서 예비군도 본인들도 혼란스럽다는.

그냥 앞에서는 수긍을 했는데, 속으로는 너무 기분이 나빴다.
아니, 그러면 처음부터 잘 하던가.

의욕이 팍 깎여서 아무말 없이 방향틀로 갔다.
그래서 오후 교육이 끝날때까지 방향틀에서 방열 보조만 해주다가 오후 교육이 끝났다.

교육이 끝나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전포대장님들이 내게 왔다.
훈련통제가 엉망이라 가서 정리해줬으면 감사하다고 해야지, 그게 불만이라고 말하는게 맞는말이냐.
너무 상심하지 말아라…라는 위로를 받았다.

저녁을 먹고
야간 교육을 위해 다시 교장에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주관부대 교관들이 명확하게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도와주지 말라는 내 직속상관의 말에 따라
교관임무수행 말고
방향틀에서 야간방열 시작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야간교육은 종료되고, 숙영지로 올라왔는데
따뜻한 라면이 있어서 맛있게 먹으며 하루를 달랬다.

마지막 날,
어제 전반야 교육을 했기 때문에 오전은 휴식이 주어졌다.
다만 교육훈련이 휴식일 뿐, 훈련 운영은 계속 되었기에
물자반납과 숙영지 텐트 철수 등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예비군이 와서
차량이 방전되었는데 보험사를 부를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보험사 차량이 들어오기엔 너무 절차가 오래 걸리니
일단 내가 점프시동을 시도해보겠다. 라고 대답해주고 지휘보고를 했다.

상용 차량을 가지고
숙영지, 훈련장, 인근부대 등 여기저기를 수소문해 점프선을 획득했다.
그리고 주차장에 서있는 차량을 갔는데, 다행이 제일 가장자리에 주차되어 있어서
상용차량을 옆으로 이동시켜서 점프시동을 시켜주었다.

이렇게 민원을 해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는데,
점프시동을 시켜주었던 동원예비군이 나를 찾아왔다.

고맙다고 음료 한 캔을 주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천천히 캔을 받아보는데,
나만의 감동이 밀려왔다.
여기는 정말로 산중턱이라 PX없이 황금마차만 방문하는데,
본인 마시려고 산 음료수를 내게 준 게 아닌가.

성심을 다 하니, 선물이 왔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지원을 끝내고
포병대 간부들은 주둔지로 복귀했다.

 

 

About Author

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