緋音비음 ─ 「비음」의 서사 이상화 이 세기를 몰고 넣는, 어둔 밤에서 다시 어둠을 꿈꾸노라 조으는 조선의 밤 ─ 망각 뭉텅이 같은, 이 밤 속으론 햇살이 비추어오지도 못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배부른 군소리로 들리노라. 낮에도 밤 ─ 밤에도 밤 ─ 그 밤의 어둠에서 스며난, 뒤지기 같은 신령은 광명의 목거지란 이름도 모르고 술 취한 장님이 머 — ㄴ 길을 가듯 비틀거리는 자욱엔, 핏물이 흐른다! 이상화 한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