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거절

이상화

아, 내 맘의 잠근 문을 두드리는 이여, 네가 누구냐? 이 어둔 밤에.
‘영예!’
방두깨 살자는 영예여! 너거든 오지 말아라.
나는 네게서 오직 가엾은 선웃음을 볼 뿐이로라.

아, 벙이리 입으로 문만 두드리는 이여. 너는 누구냐? 이 어둔 밤에.
‘생명!’
도깨비 노래하자는 목숨아, 너는 돌아가거라.
네가 주는 것 다만 내 가슴을 썩인 곰팡이뿐일러라.

아, 아직도 문을 두드리는 이여 ─ 이 어둔 밤에.
‘애련!’
불놀이하자는 사람아, 너거든 와서 낚아 가거라.
내겐 너 줄, 오직 네 병든 몸 속에 누울 넋뿐이로라.

 

 

About Author

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