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거리
윤동주
으스럼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電車전차, 自動車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 가는 것일까? 碇泊정박할 아무 港口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트상자를 붙잡고 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街路燈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象徵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朴박이여! 그리고 金김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情정답게 손목을 잡어 보세’ 몇 字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뜨리고, 밤을 새워 기다리면 金徽章금휘장에 金금단추를 삐었고 巨人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配達夫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來臨내임,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