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게네프의 언덕
윤동주
나는 고개길을 넘고 있었다…… 그 때 세 소년(少年)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첫째 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병, 간즈메통, 쇳조각, 헌 양말
짝 等등 廢物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셋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充血충혈된 눈, 色색 잃어 푸르스럼한 입술, 너들
너들한 襤褸남루, 찢겨진 맨발,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少年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惻隱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時計시계, 손수건,……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勇氣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多情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하고 `얘들아’ 불러보았다.
첫째 아이가 充血충혈된 눈으로 흘끔 돌아다 볼 뿐이었다.
둘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셋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근소근 이야기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
언덕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 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