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language)

서양철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특이점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중세철학까지 서양철학은 이데아나 신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를 탐구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근대철학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마음, 특히 자기의식을 치열하게 성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이후부터 서양철학은 인간의 마음이 기본적으로 언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언어학적 전회(linguistic turn)가 일어난 셈이다. 프랑스의 경우 데리다, 들뢰즈, 메를로-퐁티, 독일의 경우 하이데거나 하버마스, 영미권의 경우 러셀이나 비트겐슈타인도 이 점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 이제 서양철학은 일찌감치 언어의 가능성과 한계를 사유했던 동양의 사유 전통과 대화할 준비를 갖추게 된 셈이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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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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