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quantification)
질적인 것들을 양적인 것으로 만드는 지적인 작용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서양 근대 이전의 자연관은 기본적으로 대상들을 질적으로 고유한 것으로 다루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갈릴레이로 대표되는 근대 자연관은 대상들의 질적 고유성을 무시하고, 그것들을 세 가지 단위, 즉 거리 · 시간 · 무게라는 단위에 의해 양적으로 다루게 된다. 이제 동일한 부게를 가진 돌과 사람이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거리를 추락했다면, 두 가지 대상은 동일한 운동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질적인 기(氣) 개념을 양적으로 측정하려고 했던 최한기(崔漢綺)도 양화의 논리를 따르려고 했다는 점이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