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 聖靈 降臨 大祝日
〔라〕 Pentecostes
〔영〕 Pentecost
예수가 부활한 후 50일째 되는 날에 성령이 사도들에게 강림(降臨)한 것(사도 2, 1-13)을 기념하는 교회의 이동 축일. 이날은 특히 성령의 강림으로 교회가 설립되고 선교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성령 강림 대축일을 의미하는 라틴어 ‘펜테코스테스'(Pentecostes)는 ’50번째’ 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펜테코스테'(πεντηκοστή)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대축일 전야 때 세례성사를 받는 예비 신자들이 하얀 망토를 입었던 것에서 유래하여 ‘화이트선데이'(whitesunday)라고도 부른다.
〔기원〕
성령이 강림한 오순절(사도 2, 1)은 보리와 밀을 거두어들이고 나서 햇곡식을 하느님께 드리는 봄 수확 감사제였다. ‘수확절'(출애 23, 16) 또는 ‘주간절'(출애 34, 33 ; 민수 28, 26 ; 신명 23, 16)이라고 불리기도 한 ‘오순절'(토비 2, 1 ; 2마카 12, 32)은 밀 수확 끝에 지내는 농경 축제였다. 이스라엘에서는 이 축제를 팔레스티나 땅에 정착한 후 가나안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후에 구원 역사와 연결되어 시나이 산에서 이루어진 계약과 율법 수여를 기념하는 축제가 되었다. 유대인들은 이 축제를 과월절 첫날부터 시작하여 7주간 후인 시반 달(현재의 5월) 6일에 거행하였다. 그러므로 보리를 추수하고 거행되는 과월절을 기점으로 50일 후에 거행되는 축제라는 의미에서 오순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오순절은 초봄의 과월절과 늦가을의 초막절과 함께 순례 축제여서 13세 이상의 이스라엘 남자라면 누구나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할 의무가 있었다. 따라서 예루살렘은 많은 사람들오 가득 차 있었을 것이고, 예수의 제자들 및 동조자들도 그곳에 모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도 행전은 이러한 오순절 축제 때 성령이 내렸다고 전하고 있다.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는” 청각 현상(2, 2)과 “불 같은 혀들이 갈라지면서 그들에게 나타나는” 시각 현상(2, 3)은 극적인 효과를 자주 사용한 저자의 표현이다. 성령의 강림으로 사도들은 여러 가지 다른 언어로 말하게 되었고, 성령을 받은 베드로의 설교로 대략 3,000명이 개종하여 세례를 받았다(2, 1-41)고 한다. 성령 강림을 통한 여러 가지 말의 기적(2, 3-4, 6-11)을 전한 사도 행전의 저자는, 바벨탑으로 분열된 민족들(창세 11, 1-9)과 대조시키면서 온 인류의 일치 · 복음 선포의 의무 · 구원의 보편성이라는 신학적인 주제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신약에 와서 이 오순절 떄 성령이 강림함으로써 오순절과 동일한 날이 되었다. 과월절이 예수의 부활을 뜻하는 것처럼, 과월절로부터 50일째가 되는 오순절은 예수 부활로부터 50일째에 성령이 당림한 날 즉 성령 강림절이 된 것이다.
〔전례의 변천〕
리용의 주교 이레네오(130~200)의 단편(斷篇)으로 7세기경에 쓰여진 사본에는 성령 강림을 기념하는 예식에 대하여 언급되어 있는데, 이에 의하면 성령 강림 기념 예식은 사도 시대부터 있었던 것 같다. 또 테르툴리아노(160~223)는 이 축일이 이미 확정되어 있었다(De baptismo, 19)고 하였고, 갈리아의 순례자들은 예루살렘에서 거행되었던 성령 강림을 기념하는 장엄한 예식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전해 주고 있다(Peregrim Silviae, 4).
초대 교회 때는 죽음을 이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 예식이 거행되었는데, 매년 부활을 기념하는 것처럼 2세기부터는 성령 강림을 기념하기 위해 성령 강림절을 지내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의 오순절은 부활 시기 50일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부활 주일로 시작되어 8주간 동안 계속되었다. 따라서 성령 강림절은 여덟 번째 주일이었으며, 부활 시기의 종말론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이날을 특히 강조하였다. 부활 시기의 50일째 되는 날을 특히 강조하였다. 부활 시기의 50일째 되는 날을 성대하게 지내기 시작한 것은 3세기 말부터 여겨진다. 300년경에 개최된 엘비라(Elvira) 교회 회의에서는 “우리는 오순절을 지낸다”라고 규정하였으며, 332년 체사리아의 에우세비오는 이날에 예수 승천 기념을 첨가하였다(PG 25, p.697). 에제리아의 《예루살렘 여행기》에 의하면 예루살렘에서는 50일째 되는 날 아침 3시(현재의 9시)에, ‘성령이 내려오셔서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언어를 듣게 되었다’는 곳에 세워진 성 시온 성당에 모여 이 사건을 전하는 승천한 장소인 올리브 동산 꼭대기의 임보몬(Imbomon)에 가서 사도 행전과 복음에 나오는 승천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고 한다(CCL 22, pp. 298~303).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사도 행전이 제시하고 있는 날들에 이 두 신비를 별도로 경축하였다. 서방 교회에서는 4세기 말에 부활 성야 때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설열 강림 축일에 세례성사를 거행함으로써 부활의 성대함을 반복하였다. 그래서 부활 성야를 본떠서 성령 강림 축일에도 전야 기도가 첨가되었다. 또 성령 강림 축일 전례의 특성 때문에 새 세례자들에게 베풀 신비 교육을 위해 이 축일에 팔부 축일이 덧붙여졌는데, 이러한 사실은 7세기 초에 《로마 독서집》에서 학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전례 형태는 1955년까지 유지되었으며, 팔부 축일은 1969년 이후 폐지 되었다.
현재 거행되는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는 토요일 전야 미사와 주일 본미사가 있으며, 전야 미사에서는 네 개의 구약 독서 가운데 하나를 제1 독서로 선택할 수 있다. 이 독서 내용들은 오순절에 사도들에게 성령이 내린 신비를 여러 측면에서 이해하도록 도와 준다. 그리고 본미사의 제1 독서에서는 성령 강림절의 사건을 재현하기 위해 사도 행전의 기록(2, 1-11)을 들려준다. 또한 이 두 미사에서 읽는 복음과 사도 행전이 예수가 당신 성령의 활동을 상기시켜 줌으로써, 오순절에 강림한 성령은 예수의 생애 안에서 활동하였던 성령과 동일한 분임을 알려준다.
성령 강림 대축일로 부활 시기는 끝나고 연중 시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부활 시기 동안 제대 옆에 놓였던 부활초는 성령 강림 대축일 이후 세례대 옆에 보관해 두거나, 세례대가 없는 경우 다른 곳에 보관해 두었다가 세례식 때 다시 사용된다. 또 부활 팔부 미사 동안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파견의 말 뒤에 덧붙여져 사용된 ‘알렐루야 두 번’ 이 다시 이날 미사 중에 사용된다. 이날 미사에 사용되는 제의는 성령의 사랑과 붙혀 모양을 상징하는 빨간 색이며, 부속가(sequentia)가 제2 독서 후 알렐루야 전에 노래하거나 읽혀진다.
〔의의〕
성령 강림 대축일은 교회 설립 기념일이다. 성령 강림 이후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만백성에게 선포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이어서 세상 종말까지 지상의 나그네요 순례자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계 만방에 선포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구현할 사명을 실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교회의 탄생, 즉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의 탄생과 그 시작은 성령의 놀라운 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령의 힘은 인종과 나라의 온갖 장벽과 한계를 뛰어넘는다. 성령 강림 대축일은 바로 인러한 의미를 기념하는 축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