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와 화랑도
1.단군신화(檀君神話)
(1) 신화란 무엇인가?
신화란 자연현상을 의미하며, 그것은 또한 자연에 대한 인류의 투쟁과 광범위한 사회생활을 개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신화의 발생은 인류의 현실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고대인의 삶과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고대인의 사유방식과 세계관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신화의 내용은 오늘날 문명인의 판단으로 볼 때는 신기하고, 비합리적이고, 상식을 초월하는 황당무계한 점이 많으나, 그것은 곧 문명인의 사고방식에 따른 것이고, 당시 인간의 심리와 사고방식에서 이해할 때에는 구구절절이 합리적이고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신기할 것이 없고 도리어 그것이 신화의 순수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신화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며, 이와 같은 마음가짐에서 가려졌던 고대사회의 모습이 이해될 것이다.
(2) 단군신화의 내용
단군신화(檀君神話)는 한국 최초의 나라로 여겨지는 고조선의 건국에 대한 이야기로, 삼국유사나 제왕운기 등 고려 시대에 저술된 사서의 내용을 기초로 한다.
옛날, 환인의 서자(庶子) 환웅이 인간세계를 다스리기를 원하였다. 그러자 아버지 환인이 인간세계를 굽어보니 삼위태백(三危太伯)이 인간을 유익하게 하기(弘益人間)에 적합한 곳으로 여겨지므로, 아들 환웅에게 천부인 3개를 주며 환웅으로 하여금 그곳으로 가 인간세계를 다스리는 것을 허락했다. 그러자 환웅이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비롯한 3,000명의 수하를 이끌고 태백산 저앙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 그곳을 신시라 칭하며 다스리니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 불렸다. 그는 곡(穀, 곡식), 명(命, 목숨), 병(病, 질병), 형(形, 징벌), 선함(善), 악함(惡) 등 360가지 일을 맡아 인간세계를 다스렸다.
그러자 같은 동굴에 사는 곰과 호랑이 한 마리가 환웅을 찾아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늘 간청해왔다. 이들의 간청을 들은 환웅이 이들에게 신령(神靈)한 쑥 1자루와 마늘 20쪽을 주며 이것만 먹고 100일간 햇및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곰은 인내하고 근신하여 삼칠일(3×7, 21일) 만에 인간 여자로 변하였으나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 사람이 되지 못했다.
웅녀는 자신과 혼인하는 사람이 없자 신단수 아래에서 환웅에게 아이 갖기를 기원했다. 그러자 환웅은 잠시 인간으로 변해 웅녀와 혼인하였다. 그 후 웅녀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단군왕검이다. 왕검은 당고(唐高, 당고는 요임금을 말함) 즉위 50년 후인 경인년에 평양에 도읍하고 국호를 조선이라 했다. 훗날 도읍지를 백악산(白岳山)아래 아사달로 옮겼다. 단군은 이후 1,500년간 조선을 다스리고 주나라 무왕(武王) 즉위년에 기자를 조선 왕으로 봉하고 장당경(藏唐京)으로 옮겨갔다가 뒷날 아사달로 돌아와 산신이 되었는데 그때 단군의 나이 1,908세였다.
(3) 단군신화의 철학적 의미
① 초월적 세계의 존재 — 단군신화에서는 아득한 먼 옛날 천상의 세계가 있고, 그곳을 다스리는 신(神)으로서 환인의 존재가 등장한다. 물론 천상의 세계가 어떤 규모이며, 그곳에서는 어떠한 신(神)들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삼국유사』의 원문에 나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등을 신들의 명칭으로 해석된다면, 천상의 세계에는 여러 신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환인은 그와 같은 신들 가운데서 으뜸이며, 곧 상제(上帝)이다.
② 인간세상의 이미(현세주의적 사고) —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천상의 세계를 떠나서 인간세계로 내려옴을 볼 수 있다. 환웅은 하늘에 사는 무리 3,000명을 이끌고서 태백산 마루의 신단수 아래에 자리 잡는다. 환웅은 바람의 신, 비의 신, 구름의 신을 거느렸는데, 이들 신(神)들도 인간세상을 소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인간세상의 중시는 미래보다는 현실, 내세(來世)보대는 현세(現世)를 더욱 중시하는 현세주의의 입장에 서 있다. 그러므로 살 만한 곳은 천상세계가 아니라 인간세상이다. 다시 말하면 천상세계의 인간화가 그 소망이다.
③ 인본주의(人本主義) — 천신(天神)인 환웅은 천상세계에 있으면서도 인간 세상에 내려와 살기를 원하였고, 곰과 호랑이도 인간이 되기를 원하였다. 이는 인간 중심 또는 인간 존엄의 가치관을 보여주며 인본주의적 전통의 바탕이 되었다.
④ 천상과 인간세계의 일치(天人合一) — 신의 아들인 환웅 사람으로 변한 곰, 즉 웅녀(熊女)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일단은 그 혈연관계에 있어서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이 결합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단군은 곧 신의 아들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아들이다. 이것은 자연으로서의 하늘과 땅이 인간과 함하여 하나가 되었다는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하늘과 땅, 양(陽)과 음(陰)의 양극이 결합하여 새로운 존재로서의 인(人)을 탄생시키는 융화(融化)의 사상성을 표현한 것이다.
⑤ 조화지향적인 세계관 — 단군의 건국 이야기는 부모를 제거하고 형제들 간의 치열한 싸움 끝에 권력을 장악하는 제우스를 주신(主神)으로 하는 그리스 신화와는 달리 지극히 평화적인 내용으로 알관하고 힜다. 즉, 서양의 신화에서 볼 수 있는 신들의 투쟁, 신과 인간 혹은 동물간의 갈등이 없다. 오히려 신과 동무리 결합함으로써 하늘과 땅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 화랑도(花郞道)
(1) 화랑도란 무엇인가?
화랑도(花郞道)는 풍월도(風月道) 혹은 풍류도(風流道)라고도 한다. 화랑도는 신라 진흥왕때 비로소 제도로서 정착되면서 그 정신을 진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연원은 이보다 앞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풍월이나 풀류는 ‘부루’라는 말을 한자음으로 옮긴 것이며, 부루의 도란 곧 신도(神道)를 의미한다. 이 때 신도는 고조선의 종교 사상이므로 단군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고대 종교의 신도 사상은 풍류도, 풍월도가 화랑의 정신 또는 이념인 화랑도로 전승되어 구체화되고 발전하였다는 해식이 있다.
• 최치원의 난랑비서(鸞郞碑序)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풍류라 이른다. 그 교의 기원은 《선사》에 자세히 실려있거니와, 실로 이는 3교를 포함하여 중생을 교화한다. 집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나아가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노사구(공자)의 주지 그대로이며, 또 그 함이 없는 일에 처하고 말없는 교를 행하는 것은 주주사(노자)의 종지 그대로이며, 모든 악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만을 햄함은 축건태자(석가)의 교화 그대로이다. (崔致遠鸞郎碑序曰 國有玄妙之道 曰風流設敎地源 備詳仙史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 具如 入則孝於家 出則忠於國 魯司寇之旨也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周柱史之宗也 諸惡莫作 竺乾太子之化也)
→ 이는 화랑도가 유·불·도 3교의 기본 정신을 습합한 풍류도(風流道)라는 우리 고유의 사상을 받들어 수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임.
(2) 화랑도의 수양방법
① 서로 도의(道義)로써 연마한다.
② 서로 가악(歌樂)으로써 즐거워한다.
③ 산수에 노닐며 멀리 이르지 않은 곳이 없다.
→ 화랑의 수양방법은 고대의 제천 행사에서 필수적으로 따르던 노래와 춤, 산악숭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
(3) 화랑도의 가치론적 해석
• 조화정신과 진리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담고 있음 – 원광법사의 세속오계와 임신서기석
• 전인적 인간 지향 – 화랑도는 도의로써 선(善)을 행하고, 음악을 닦음으로써 정서를 함양하고, 산수에 노닐면서 신체적인 건강 증진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음. → 지덕체(智德體) 연마라는 교육적 기능을 추구함.
• 신라사회와 정치발전에 기여 – 인재의 발굴 및 양성이라는 정치적 기능을 도시에 수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