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을 나서서 멀리 밖에를 바라보니 둘이 다 나와 있다. 오늘도 또 싸운 모양. 하나는 이쪽 흙뎀이에 앉엇고 하나는 저쪽에 앉엇고 서루들 외면하야 담배만 뻑뻑 피운다.

“점심들 잡숫게유.”

남편 앞에 박아지를 나려놓으며 가만히 맥을 보앗다.

남편은 적삼이 찟어지고 얼골에 생채기를 내엇다. 그리고 두 팔을 것고 먼 산을 향하야 묵묵히 앉엇다.

수재는 흙에 밖혓다 나왓는지 얼골은커녕 귓속드리 흙투성이다. 코밑에는 피딱지가 말라붙엇고 아즉도 조곰식 피가 흘러나린다. 영식이 처를 보드니 열적은 모양. 고개를 돌리어 모로 떨어치며 입맛만 쩍쩍 다신다.

금을 캐라닌까 밤낮 피만 내다 말라는가. 빗에 졸리어 남은 속을 복는데 무슨 호강에 이 지랄들인구. 안해는 못마땅하야 눈가에 살을 모앗다.

“산제 지난다구 꿔온 것은 은제나 갚는다지유 ─”

뚱하고 있는 남편을 향하야 말끝을 꼬부린다. 그러나 남편은 눈섭 하나 까딱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조를 좀 돋으며

“갚지도 못할 걸 왜 꿔오라 햇지유” 하고 얼주 호령이엇다.

이 말은 남편의 채 가라앉지도 못한 분통을 다시 건디린다. 그는 벌떡 일어스며 황밤주먹을 쥐어 창낭할 만치 안해의 골통을 후렷다.

“게집년이 방정맞게 ─”

다른 것은 모르나 주먹에는 아찔이엇다. 멋없이 덤비다간 골통이 부서진다. 암상을 참고 바르르하다가 이윽고 안해는 등에 업은 언내를 끌러 들엇다. 남편에게로 그대로 밀어 던지니 아이는 까르륵하고 숨 모는 소리를 친다.

그리고 안해는 돌아서서 혼잣말로

“콩밭에서 금을 딴다는 숭맥도 있담” 하고 빗대놓고 비양거린다.

“이년아 뭐.” 남편은 대뜸 달겨들며 그 볼치에다 다시 올찬 황밤을 주엇다. 적으나면 게집이니 위로도 하야주련만 요건 분만 폭폭 질러노려나. 예이 빌어먹을 거 이판새판이다.

“너허구 안 산다. 오늘루 가거라.”

안해를 와락 떠다밀어 논뚝에 제켜놓고 그 허구리를 발길로 퍽 질럿다. 안해는 입을 헉 하고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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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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