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머리 조곰 못 미처 남편은 거름을 멈추자 뒤의 안해를 도라본다.

“인내. 그러구 여기 가만히 섯서 ─”

실루를 받아 한 팔로 껴안고 그는 혼자서 콩밭으로 올라섯다. 앞에 쌓인 것이 모두가 흙덤이 그 흙덤이를 마악 돌아슬랴 할 제 아마 돌을 찾나 보다. 몸이 씨러질랴고 우찔근 하니 안해는 기급을 하야 뛰여오르며 그를 부축하엿다.

“부정 타라구. 왜 올라와 요망 맞은 년.”

남편은 몸을 고루 잡자 소리를 뻑 지르며 안해를 얼뺨을 부친다. 가뜩이나 죽으라 죽으라 하는데 불길하게도 계집년이. 그는 마뜩지않게 두덜거리며 밭으로 들어간다.

밭 한가운데다 자리를 펴고 그 우에 시루를 놓앗다. 그리고 시루 앞에다 공손하고 정성스리 재배를 커다랗게 한다.

“우리를 살려줍시사. 산신께서 거드러주지 않으면 저히는 죽을밖에 꼼짝 수 없읍니다유.”

그는 손을 모디고 이렇게 축원하엿다.

안해는 이 꼴을 바라보며 독이 뾰록같이 올랏다. 금점을 함네 하고 금 한 톨 못 캐는 것이 버릇만 점점 글러간다. 그전에는 없드니 요새로 건뜻하면 탕탕 때리는 못된 버릇이 생긴 것이다. 금을 캐랫지 뺨을 치랫나. 제발 덕분에 고놈의 금 좀 나오지 말엇으면. 그는 뺨 맞은 앙심으로 망껏 방자하엿다.

하긴 안해의 말 고대루 되엇다. 열흘이 썩 넘어도 산신은 깡깜 무소식이엇다. 남편은 밤낮으로 눈을 까뒤집고 구뎅이에 뭍혀 있엇다. 어쩌다 집엘 나려오는 때이면 얼골이 헐떡하고 어깨가 축 느러지고 거반 병객이엿다. 그리고서 잠잣고 커단 몸집을 방고래에다 퀑 하고 내던지고 하는 것이다.

“제이미 붙을. 죽어나 버렷으면 ─”

혹은 이렇게 탄식하기도 하엿다.

안해는 밖아지에 점심을 이고서 집을 나섯다. 젖먹이는 등을 두다리며 좋다고 끽끽어린다.

인젠 힌 고무신이고 코다리고 생각좇아 물렷다. 그리고 금 하는 소리만 드러도 입에 신물이 날 만큼 되엇다. 그건 고사하고 꿔다 먹은 양식에 졸리지나 말엇으면 그만도 좋으리마는.

가을은 논으로 밭으로 누 ― 렇게 나리엇다. 농군들은 기꺼운 낯을 하고 서루 만나면 흥겨운 농담. 그러나 남편은 앵한 밭만 망치고 논좇아 건살 못하얏으니 이 가을에는 뭘 걷어드리고 뭘 즐겨할는지. 그는 동리 사람의 이목이 부끄러워 산길로 돌앗다.

 

1 2 3 4 5 6 7 8 9 10

About Author

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