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는 콩밭에서 금이 날 줄은 아주 꿈밖이엇다. 놀래고도 또 기뻣다. 올에는 노냥 침만 삼키든 그놈 코다리(명태)를 짜증 먹어 보겟구나만 하여도속이 메질 듯이 짜릿하엿다. 뒷집 양근댁은 금점 덕택에 남편이 사다준 힌 고무신을 신고 나릿나릿 걸는 것이 뭇척 부러웟다. 저도 얼른 금이나 펑펑 쏘다지면 힌 고무신도 신고 얼골에 분도 바르고 하리라.
“그렇게 해보지 뭐. 저 냥반 하잔 대로만 하면 어련이 잘 될라구 ─”
얼뚤하야 앉엇는 남편을 이렇게 추겻든 것이다.
동이 트기 무섭게 콩밭으로 모엿다.
수재는 진언이나 하는 듯이 이리 대고 중얼거리고 저리 대고 중얼거리고 하엿다. 그리고 덤벙거리며 이리 왓다가 저리 왓다가 하엿다. 제 따는 땅속에 누은 줄맥을 어림하야 보는 맥이엇다.
한참을 밭을 헤매다가 산 쪽으로 붙은 한구석에 딱 스며 손가락을 펴 들고 설명한다. 큰 줄이란 번시 산운. 산을 끼고 도는 법이다. 이 줄이 노다지임에는 필시 이켠으로 버듬이 누엇으리라. 그러니 여기서부터 파들어 가자는 것이엇다.
영식이는 그 말이 무슨 소린지 새기지는 못햇다. 마는 금점에는 난다는 수재이니 그 말대로 하기만 하면 영낙없이 금퇴야 나겟지 하고 그것만 꼭 믿엇다. 군말 없이 지시해 받은 곳에다 삽을 푹 꽂고 파헤치기 시작하엿다.
금도 금이면 앨써 키워온 콩도 콩이엇다. 거진 자란다 허울 멀쑥한 놈들이 삽 끝에 으츠러지고 흙에 묻히고 하는 것이다. 그걸 보는 것은 썩 속이 아팟다. 애틋한 생각이 물밀 때 가끔 삽을 놓고 허리를 굽으려서 콩닢의 흙을 털어주기도 하엿다.
“아 이 사람아 맥적게 그건 봐 뭘 해 금을 캐자니깐.”
“아니야. 허리가 좀 아퍼서 ─”
핀잔을 얻어먹고는 좀 열적엇다. 하기는 금만 잘 터저나오면 이까진 콩밭 쯤이야. 이 밭을 풀어 논도 만들 수 잇을 것이다. 눈을 감아버리고 삽의 흙을 아무렇게나 콩닢 우로 홱홱 내여던진다.
“구구루 땅이나 파먹지 이게 무슨 지랄들이야 ─”
동리 노인은 뻔찔 찾어와서 귀 거친 소리를 하고 하엿다.
밭에 구멍을 셋이나 뚤엇다. 그리고 대구 뚤는 길이엇다. 금인가 난장을 맟을 건가 그것 때문에 농군은 버렷다. 이게 필연코 세상이 망할려는 증조이리라. 그 소중한 밭에다 구멍을 뚤코 이 지랄이니 그놈이 온전할 겐가.
노인은 제 물화에 지팽이를 들어 삿대질을 아니 할 수 없엇다.
“벼락 맞으니. 벼락 맞어 ─”
“염여 말아유. 누가 알래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