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토는 모조리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관절 올 밭도지 베 두 섬 반은 뭘로 해내야 좋을지. 게다 밭을 망첫으니 자칫하면 징역을 갈는지도 모른다.

영식이가 구뎅이 안으로 들어왓을 때 동무는 땅에 주저앉어 쉬고 잇엇다. 태연무심이 담배만 뻑 뻑 피는 것이다.

“언제나 줄을 잡는 거야.”

“인제 차차 나오겟지.”

“인제 나온다” 하고 코웃음 치고 엇먹드니 조금 지나매

“이 색기.”

흙덩이를 집어 들고 골통을 나려친다.

수재는 어쿠 하고 그대루 푹 엎으린다. 그러다 뻘떡 일어슨다. 눈에 띠는대로 고깽이를 잡자 대뜸 달겨들엇다. 그러나 강약이 부동. 왁살스러운 팔뚝에 충겨저 벽에 가서 쿵 하고 떨어젓다. 그 순간에 제가 빼앗긴 고깽이가 정백이를 겨느고 나라드는 걸 보앗다. 고개를 홱 돌린다. 고깽이는 흙벽을 퍽 찍고 다시 나간다.

수재 이름만 들어도 영식이는 이가 갈렷다. 분명히 홀딱 쏙은 것이다.

영식이는 번디 금점에 이력이 없엇다. 그리고 흥미도 없엇다. 다만 밭고랑에 웅크리고 앉어서 땀을 흘려가며 꾸벅꾸벅 일만 하엿다. 올엔 콩도 뜻밖에 잘 열리고 맘이 좀 놓엿다.

하루는 홀로 김을 매고 잇노라니까

“여보게 덥지 않은가. 좀 쉬엿다 하게.”

고개를 들어보니 수재다. 농사는 안 짓고 금점으로만 돌아다니드니 무슨 바람에 또 왓는지 싱글벙글한다. 좋은 수나 걸렷나 하고

“돈 좀 많이 벌엇나. 나 좀 쵀주게.”

“벌구 말구. 맘껏 먹고 맘껏 쓰고 햇네.”

술에 건아한 얼골로 신껏 주적거린다. 그리고 밭머리에 쭈그리고 앉어 한참 객설을 부리드니

“자네 돈버리 좀 안 할려나. 이 밭에 금이 묻혓네 금이…”

“뭐” 하니까

바루 이 산 넘어 큰 골에 광산이 잇다. 광부를 삼백여 명이나 부리는 노다지 판인대 매일 소출되는 금이 칠십 냥을 넘는다. 돈으로 치면 칠천 원. 그 줄맥이 큰 산 허리를 뚤고 이 콩밭으로 뻗어 나왓다는 것이다. 둘이서 파면 불과 열흘 안에 줄을 잡을 게고 적어도 하루 서 돈식은 따리라. 우선 삼십원만 해두 얼마냐. 소를 산대두 반 필이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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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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