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납
부분을 보고 전체의 이론을 도출하는 방법
induction

귀납induction이란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일반적인 가설이나 이론을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일반적인 이론을 통해 구체적 사례들을 설명하는 것은 연역deduction이라 한다. 예컨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까마귀들을 조사해서 그것들이 모두 까맣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까마귀는 까맣다.”라고 결론내리는 것이 귀납이다.

따라서 모든 귀납은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귀납이란 제한된 관찰 사실을 통해 아직 관찰하지 못한 것들까지 까마귀들이 전부 까맣다고 해서 앞으로 발견될 까마귀들까지 전부 까말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귀납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죄다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단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결론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귀납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쓸모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귀납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귀납은 지금까지 관찰된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관찰될 사실을 더욱 정확히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만 마리의 까마귀를 관찰해서 까맣다는 관찰 결과를 얻었다면 일단 “모든 까마귀는 까맣다.”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물론 까맣지 않은 까마귀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를 토대로 본다면 그 확률은 높지 않다. 귀납은 지금까지의 관찰과 실험 결과를 토대로 미지의 실험과 관찰 결과까지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대단히 크다.

이런 점에서 귀납은 과학의 이론적 토대 역할을 한다. 제한된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일반이론을 도출하는 과학적 활동은 근본적으로 귀납적이다.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극히 단순한 관찰을 통해 만유인력법칙을 주장하게 되었는데, 만약 귀납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뉴턴은 온세상의 사물들이 전부 인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일일이 측정하고 실험한 다음 결론을 도출했어야 한다. 허나 그런 일은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해봤자 얻을 것도 없다.

근대 과학은 귀납을 통해 풍부한 이론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베이컨과 밀 등 영국의 철학자들이 귀납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귀납은 경험주의와 친밀한 관계를 갖는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귀납법이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자연을 관찰한 후 일반이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것처험 사회현상도 면밀히 관찰한다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회현상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예측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소비성향과 전 세계 모든 기업의 공급 패턴을 일일이 조사하지 않은 채 지극히 제한된 사람들의 습성에 관한 관찰 결과만을 토대로도 우리는 수요·공급 곡선을 그리고, 이를 토대로 방대한 이론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귀납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점 또한 분명하다. 제한된 관찰과 실험을 토대로 아직 관찰되지 않고 실험되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까지 포괄해서 무언가 결론을 내놓는 비약의 과정은 언제나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귀납의 문제점을 보자.

첫째, 미리 정해놓은 이론을 위해 관찰과 실험을 자기 멋대로 제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대전 남자들은 미남이다.”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잘 생긴 대전 남자들의 사진만 나열해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할 수 있다.

둘째, 여러 관찰과 실험 결과들을 아우르는 공통의 원인이 따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찰과 실험 결과들이 서로 인과관계로 얽혀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가령 콧물이 날 때마다 열이 난다고 해서 콧물의 원인을 열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허나 콧물과 고열은 모두 바이러스라는 또 다른 원인의 공통된 결과일 뿐이다. 콧물의 원인을 고열이라 착각하고 아무리 열을 낮춘다 해도 콧물은 멈추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셋째,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이 인과관계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과관계에 있다고 오인할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징크스가 대표적인 것이다. 머리를 감지 않고 경기할 때마다 홈런을 쳤다고 해서 머리를 감지 않은 행위가 홈런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학술적 논문에도 이런 오류는 심심치 않게 저질러지고 있다. 앞에서 말한 둘때 오류는 셋째 오류의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귀납법의 문제점은 매우 많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이런 귀납의 한계는 오히려 귀납의 정당화에 역이용되고 있다. 즉 “귀납에 이런 문제점들이 있으니 귀납을 포기하자.”라는 입장을 취하는 대신 “귀납에 있는 이런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이런 문제점들을 잘 피하도록 노력한다면 귀납의 유용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는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논리학자들은 귀납법을 구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논리적 오류들을 수십 가지로 정리하게 되었다. 앞에서 든 예의 경우 각각 ‘근시안적 귀납의 오류’, ‘공통 원인 간의 오류’, ‘원인 오판의 오류’로 정리될 수 있다. 귀납법이 저지를 수 있는 이런 함정들을 잘 피해간다면 귀납법은 현실생활이나 학술활동에서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납의 한계는 또 다른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사회과학에서 귀납의 한계는 다양한 차원에서 거론된다. 왜냐하면 자연과학에서는 상당한 수준에서 관찰자가 객관적인 태도를 지니는 게 가능한 반면 사회과학에서는 관찰자가 객관적 태도를 지니리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도 문제에 관해 일본 사회학자들에게 냉정한 과학적 판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사회과학에는 돌발변수가 대단히 많아 예측이 부정확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조건을 과학적으로 따져 A라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확률이 높다고 귀납적 결론을 맺는다 해도 그가 갑자기 심장마비나 교통사고로 죽어버리면 예측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런 저런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귀납법은 우리의 삶과 학문을 유지해주는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귀납은 최소한 관찰과 실험이라고 하는 객관적 사실들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아무런 사실들도 제기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주장만 내세우는 막무가내 태도는 귀납의 이름으로 거부된다. 귀납은 무언가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선 반드시 관찰된 사실이나 실험 내용을 내세워야 한다고 우리에게 요구함으로써 무절제한 주장과 신비주의적 환상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채석용, 『철학 개념어 사전』(서울: 소울메이트, 2010), 6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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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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