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국 철학이 한국인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 철학이 한국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물론 한국 사람만이 한국 철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사람들도 얼마든지 한국 철학을 배우기도 하고 연구하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들이 여러 나라의 다양한 철학을 연구하거나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이 한국 철학을 연구하는 것과 외국 사람이 한국 철학을 연구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 외국 사람이 한국 철학을 연구할 때는 그 목적이 한국 철학을 발전시키려는 데 있지 않다. 이것은 한국 사람이 외국 철학을 아무리 열심히 연구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연구의 목적이 그 나라의 철학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사실 이런 점에서는 모든 학문 분야가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어떤 외국의 문학을 공부하더라도 그 목적이 그 나라의 문학을 발전시키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 문학 공부를 통해 그 문학이 지닌 다양하고 풍부한 성과를 배움으로써, 좁게는 그 나라의 문학과 문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그 나라와의 교류에 중요한 힘을 얻으려는 것이며, 크게는 그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문학이나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 사람이 한국 철학을 탐구하는 까닭도 한국 철학의 핵심을 이해함으로써 한국인의 사유 구조와 의식을 알려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나라의 이익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경우는 아무리 좋게 평가하더라도 수단으로서의 연구라는 성격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한국 철학과 외국의 철학 사이에 보편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탐구의 궁극 목적이 자기 나라 철학과 남의 나라 철학 속에 들어 있는 보편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이 한국 철학을 탐구하는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에게는 우리 철학의 탐구가 수단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철학을 탐구하여 한국 철학 사상의 본모습을 찾아 내고, 외국의 철학 사상들이 탐구한 결과를 들여다가 우리 철학 사상을 풍부하게 만들며, 우리의 철학 사상 가운데 재현이 가능한 것들을 오늘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새롭게 재구성해 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국 사람에게 한국 철학 사상을 주체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 사람밖에 없다. 한국 사람의 한국 철학 사상 탐구는 바로 우리 스스로를 우리 눈으로 보는 것이며, 우리의 삶을 주체적으로 변화·발전시키려는 노력이다.

한국 철학 사상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숱한 과거 철학사의 흐름이 고대부터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오늘의 철학도 새로운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사실 어떠한 경우든 과거에 뿌리를 두지 않은 현재는 없으며, 어떠한 현실도 고정된 상태로 있지는 않다. 현실은 언제나 과거의 전통 위에 서 있으며, 지금 현실도 머지않아 새로운 현실에 대해 전통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전통 철학 가운데에는 버려야 할 것도 많다. 그러나 동시에 계승해야 할 것도 있다. 그러므로 언제나 비판적 태도와 함께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철학사를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 가운데에는 전통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전통 철학을 강조하는 까닭은 전통 철학에 대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래 문화가 범람하는 현실에서 새롭게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려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좋은 의미에서는 주체 의식이나 민족 의식이 강한 사람들일 수도 있으며, 나쁜 의미에서는 전근대적 사고 방식을 가진 보수주의자들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전통 철학을 전면 거부하기도 한다. 그들은 전통 철학의 고수는 시대 착오적인 생각이며 전통 철학을 부정하지 않고는 미래가 밝지 못하다고 본다. 이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을 졸게 평가하면 현대적 사고를 가진 미래 지향적인 사람들이라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외래 문화 의존적이고 따라서 민족 의식이 약하다고도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정통 철학과 현대를 절충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전통 철학 가운데 부정적인 요소를 버리고 긍정적인 점만을 계승하자고 하며, 아울러 외래 문화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만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서도 그 중심축을 전통 철학에 놓는 경우도 있고 외래 문화에 놓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좋게 보면 비판적인 입장을 지닌 합리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기회주의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도식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철학을 보아 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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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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